“어릴 적부터 좋은 소설 읽으면 저도 저런 작품 썼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가고 싶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웠고요. 정치권에서 글쓰는 사람이 별로 없어 시작한 일(연설문 작성)이 업이 됐죠.”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연설비서관으로 일한 윤태영(56)씨가 참여정부를 모티프로 한 소설 ‘오래된 생각’(위즈덤하우스)를 냈다. 대통령 재임 4년째인 2006년을 중심으로 청와대 안팎 풍경을 담은 이 소설의 주인공은 청와대 대변인을 두 차례 지내는 진익훈과 대통령 임진혁. 실제 모델이 누가 봐도 윤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윤씨는 현재 안희정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7일 전화로 만난 윤씨는 “4,5년 전부터 써온 소설”이라며 “작년 8월 탈고했지만 계속 손에 쥐고 있다가 더 이상 출판사 애먹이지 말자는 생각에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1990년대 정치권 있을 때부터 소설을 습작했어요. 몇 년 간 연말 되면 단편소설 두 편씩 써서 신춘문예 투고했는데, 한국일보에도 투고했죠. 결과요? 심사평에라도 (제 작품이) 언급됐으면 아마 (정치)그만두고 소설 썼을 겁니다(웃음).”
한동안 잊고 있던 꿈을 다시 꺼내 든 건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다. 윤씨는 “소설을 다시 써보자는 생각에 추리소설부터 정치권 배경으로 한 대중소설까지 장편만 8,9편을 썼다”며 “항상 마무리에 힘이 없어서 구성을 바꾸다가 버리곤 했다”고 소개했다. ‘오래된 생각’은 그가 온전히 마무리한 첫 장편소설이다. 윤씨는 “제 이야기를 모티프로 쓴 소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소설을 따로 썼다가 작년에 두 편을 합쳐 다시 썼다”고 덧붙였다.
소설은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다. ‘실세 총리’가 3·1절에 골프 쳤다 논란이 돼 낙마하자 임진혁은 집권당 여성 의원을 총리로 기용한다.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안에 대통령의 왜곡된 인식과 편견이 반영됐고 검찰의 진정한 독립은 요원하다’며 사퇴한다. 퇴임 이후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임진혁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문장을 컴퓨터 모니터에 남기고 목숨을 끊는다.
“이 작품을 쓸 때의 저는 온전한 작가”라고 강조한 윤씨는 “청와대 이야기가 작품 전체의 절반쯤 나오는데 소설 배경이 되는 ‘팩트’가 4할쯤 되고 나머지 6할은 제 상상력을 덧붙인 온전한 허구”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허구가 재벌그룹 사장, 판검사, 대학교수, 고위 관료들이 인사동 근처 한정식집 등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 “참으로 젖비린내 나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정권”이라며 정부를 깔보고 청와대 내부정보까지 빼내 대통령을 흠집 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윤씨는 “이 부분을 ‘소설적 장치’로 읽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 흠집을 내려는 가공의 인물 김인수는 진익훈과 원한이 있고,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일부 그룹을 다뤘다”며 “(작가인) 제 이력을 이유로 허구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독자가 있을까 봐 쓰는 내내 자기 검열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록’(2014), ‘바보, 산을 옮기다’(2015), ‘대통령의 말하기’(2016)에 이어 노 전 대통령에 관한 책을 네 번째로 낸 윤씨는 ‘남은 숙제’로 “10주기 무렵 노무현 평전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상상을 덧붙인 가공의 인물을 썼다는 점에서 신작은 이전 책과 결이 다르죠. 정치인의 글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신인작가의) 첫 소설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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