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금 마련 컨소시엄 불허 땐 우선매수청구권 포기”선언
채권단 “제3자 양도 컨소시엄 불가”
우선협상 대상자 더블스타에 보유지분 매도계약 체결
박 회장 측 소송 가능성, 시간끌어 매각 협상 차질 노려
자금회수 급한 채권단 고민 깊어질 전망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인정하지 않을 경우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실상 금호타이어 인수를 접겠다는 표현이지만 일각에선 채권단을 압박하기 위해 법정 소송이란 카드를 꺼내려는 박 회장의 벼랑 끝 전술이라고 보고 있다. 박 회장이 여전히 이번 인수전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의미다.
금호그룹은 13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언론설명회를 열고 박 회장이 가진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우선매수청구권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윤병철 재무담당 상무는 “우선협상자인 중국의 더블스타에게는 6개 회사의 컨소시엄을 허용하면서 우선매수권자(박삼구 회장 부자)에게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지분을 담보로 인수대금을 조달하는 것을 금호 측에만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윤 상무는 특히 “약정서에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 권리는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명승인이 없는 한 제3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명문화돼 있어 채권단의 동의만 있으면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 측이 인수 포기 의지까지 밝힌 배경에는 사실상 홀로 인수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커 금호산업 인수 당시처럼 그룹 계열사 등을 동원해 인수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7,228억원을 주고 인수하면서도 우선매수청권을 행사했는데, 당시에는 3자 양도가 가능했다. 이 권리로 인해 그룹 계열 금호문화재단(출자금 500억원)을 비롯해 CJ 대상 코오롱 효성 등 재계 ‘백기사’들(지분출자 2,000억원), NH농협증권(인수금융 3,500억원)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윤 상무는 “현 경제상황에서 (지분 담보 없이) 재무적 투자자로만 인수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입장은 분명하다. “제3자 양도를 허용하는 컨소시엄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2010년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출자전환 등 공적 자금을 투입하며 맺은 약정서에 이 부분이 명문화돼 있어, 인수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방식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것은 매각 진행 과정 내내 지켜왔던 원칙이며 금호 측도 잘 알고 있다”며 “금호타이어를 금호산업 방식처럼 계열사의 우회적인 지원과 지분을 담보로 한 외부자금을 끌어 인수할 경우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13일 예정대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와 채권단의 지분 6,636만8,844주(지분율 42.01%)를 매도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으며 16일 이전에 박 회장 측에 매매 조건(9,550억원)을 통보할 예정이다.
그러나 채권단의 기대와는 달리 금호타이어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 회장 측은 채권단이 컨소시엄 방식을 통한 인수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법정 소송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벼랑 끝 전술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박 회장 측은 이미 채권단의 인수적격 심사가 까다로울 것을 대비해 법무법인 세종과 김앤장을 인수 자문으로 선임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타이어가 필요하다고 강한 인수 의지를 밝힌 박 회장이 소송으로 제3자 양도 금지 조항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소송전이 벌어지면 최소 6개월 이상 매각절차가 지연돼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할 수 있는 등 채권단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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