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협상보단 결렬이 낫다”
메이 총리, 배수진 쳤지만
인플레 등 실질소득 감소 불보듯
경제 악화 우려 갈수록 확산
스코틀랜드 독립 재점화 우려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 개시가 임박하면서 영국 정부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집권 보수당이 의회로부터 협상개시법안 통과 협조를 얻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이지만, 만일 협상개시 후 실익 없이 결렬된 상황에서 EU를 어쩔 수 없이 탈퇴해야 할 경우 예상되는 경제상황 악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밝힌 브렉시트 협상 개시 시한은 이달 말.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이뤄진 협상개시 수정법안에 대한 의회 표결 결과에 큰 영향 없이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EU와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하원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에 남아있는 EU시민과 가족들의 권리 보장 ▦협상안에 대한 의회 표결 의무화 등이 포함된 협상개시 수정안을 표결했다. 언론들은 하원에서 수정안이 부결되더라도 상원이 메이 총리에게 협상안 전권을 맡긴 협상개시 원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스카이 뉴스는 12일 메이 총리가 이번 주 안에 리스본조약 50조를 EU에 통보(브렉시트 협상 개시)할 가능성을 50대 50 정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협상 개시 시점은 17, 18일 열리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전당대회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공식적인 브렉시트 협상 개시가 눈 앞에 다가왔으나 메이 총리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브렉시트가 야기할 경제상황 악화가 가장 큰 고민이다. 현재까지는 낮은 실업률, 주택가격 안정, 경기 호조 등으로 경제가 좋은 편이지만 실제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되면 인플레이션, 파운드화 가치하락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등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주 영국 정부는 2018년과 2019년 경제성장률을 올해(2.0%)보다 낮아진 1.6%로 전망했다.
‘협상 결렬 후 탈퇴(No Deal)’ 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하원 외교위원회는 12일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시간에 쫓겨 합의 도출 없이 EU를 빈손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정부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기한을 2년으로 못박은 상태다. 메이 총리는 지난 1월 “영국에 불리한 협상보다는 결렬된 협상이 낫다”며 배수진을 친 상황이다. 그러나 EU는 협상 초기부터 영국에 대해 부채상환을 요구하는 등 강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보수당 내 우파의원들 사이에서 ‘협상결렬 후 탈퇴’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재 지지율이 높은 메이 총리가 조기총선을 통해 안정된 의석을 확보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수당의 마이클 헤슬틴 전 부총리는 BBC와 인터뷰에서 “협상 결렬 후 탈퇴한다면 많은 보수당원들은 배신당했다고 느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영국의 EU탈퇴에 반대했던 스코틀랜드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으로부터 경제의존도가 낮아지는 스코틀랜드로서는 협상결과에 따라 다시 분리 독립투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브렉시트와 관련한 스코틀랜드의 찬반 여론은 최근 50대 50이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수석장관은 이날 “너무 늦기 전에 우리의 미래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며 내주부터 2차 분리 독립투표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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