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상식이 봉합수술 망쳐
생리식염수 적신 거즈로 감싸고
비닐로 밀봉해 얼음통에 담가야
“손가락 절단 사고는 손가락이 잘린 뒤 6~8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할 수 없어요. 안타깝게도 잘 몰라 다른 병원을 들렸다가 우리 병원에 뒤늦게 와서 고치지 못하는 일이 왕왕 생기죠.” 12년째 손 접합수술에만 천착해 온 ‘손 접합 명의’ 김진호 예손병원 대표원장은 잘린 손을 다시 봉합하는 데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가락 봉합에 천착한 ‘손 접합 명의’
손(수지ㆍ手指) 접합수술은 절단사고로 끊어진 혈관을 다시 이어주는 극도의 섬세함이 요구되는 고난이도 수술이다. “잘린 부위의 뼈나 관절을 고정한 뒤 손가락 앞쪽에서 구부리는 힘줄과 굴곡건을 봉합해 동맥과 양쪽 손가락 신경을 이어준 뒤 손가락 뒤쪽에서 펴는 힘줄과 신전건, 정맥을 차례로 봉합해야 본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손가락 혈관은 1㎜ 미만이라 혈관을 잇는 게 쉽지 않아 현미경을 보면서 접합수술을 해야 합니다.
손 신경은 손가락마다 2개씩 있고, 뼈는 핀으로 이어야 하기에 근육도 접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손 접합은 수많은 임상 경험과 노련함이 요구되지요. 관련 시설과 장비, 인력을 충분히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손 접합수술 후 관리도 중요하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손가락 혈관이 매우 가늘고 예민하기 때문이죠. 주위 온도와 흡연, 카페인 섭취만으로도 이어놓은 혈관이 막혀 재건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손 접합수술 성공률은 60~70%정도입니다.”
김 원장이 손 접합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좀 의외였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대학선배가 원장으로 있던 병원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이 일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손 절단과 외상 환자가 많았지만 의사가 부족해 환자들이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지요. 그래도 불평 한 마디 하지 못할 정도로 희소성이 있었죠.”
손 응급 외상환자를 위한 병원을 세워야겠다는 꿈을 꾸던 김 원장은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형외과 교수직을 과감히 접고 2005년 1월 경기 부천시에 예손정형외과를 열었다. “병원 주변에 공장이 많았지만 환자가 늘지 않았어요. 문을 닫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뜻밖의 기회가 왔지요. 그 해 6월 세계수부외과학회에 참석하러 대학병원 의사들이 모두 외국으로 떠날 때 ‘손 다친 환자가 오면 예손정형외과로 보내라’고 했어요. 1주일 동안 눈코 뜰새 없이 수술했지요. 58병상 규모인 병원을 2015년 7월 10층 건물(연면적 1만4,083㎡)에 179병상을 갖춘 지금 장소(지하철 7호선 부천 춘의역 2번 출구)로 옮겼지요. 9개의 크린룸 수술실에다 8명이 손ㆍ발 전문의를 포함해 20명의 전문 의료진을 갖췄죠. 보건복지부 지정 수지접합ㆍ관절 전문병원으로 자부심을 가집니다.”
“제 때 수술 못 받아 불행한 일 없어”
환자가 예손병원에 가면 언제든지 수술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예손병원은 환자가 오면 언제든지 수술 받을 수 있는 병원’이라는 개원할 때 김 원장이 세운 원칙 때문이다.
“주말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면 급히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도 병실과 수술실이 부족하면 곧바로 수술 받지 못하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손가락 절단은 곧바로 수술 받지 못하고 지체하면 모세혈관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지 못해 외상부위 조직이 괴사하거나 평생 불구가 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제 때 수술을 받지 못하는 불행한 일은 우리 병원에서는 없죠.
그래서 예손병원은 점심도 교대로 먹어 점심시간도 진료를 쉬지 않아요. 환자가 점심시간에 진료실 물리치료실 영상촬영실에 가도 ‘점심시간이니 기다리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특히 매일 밤 정형외과 전문의가 병원에서 잠을 자 진료나 수술 공백이 없죠. 진료마감시간은 밤 11시이지만 새벽이라도 절단 응급환자가 오면 수술을 하지요.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하고 병원 일에 힘써준 직원들을 정말 칭찬하고 싶습니다.”
예손병원은 수지접합과 관절 등 두 분야에서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전문병원이다. 손 발 관절 척추센터 의사가 맡은 분야만 치료한다. 이를 위해 근무하는 전문의사만 14명이다. 대학병원 인력의 2배 수준이다. “의사의 피로도가 높으면 환자에게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고 직후 환자 자신이나 주위 사람의 응급처치가 우선 중요합니다. 생리식염수로 적신 거즈로 절단된 부위를 감싸 비닐로 밀봉한 다음 수건으로 한 번 더 두르고 얼음통에 담아 병원으로 호송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다만 이 때 절단된 손가락 부위가 얼음에 닿게 해서는 안됩니다.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간혹 수돗물이나 소독약에 잘린 부위를 담아 오는 환자가 있는데 정말 잘못된 일입니다. 특히 수돗물은 소금 농도가 맞지 않아 조직을 더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김 원장은 “손가락 접합술이 평균 3시간 이상 걸리지만 수가가 낮아 손 접합 전문병원이 전국에 4곳 밖에 없다”며 “권역 별로 적어도 손 접합 전문병원이 1곳 이상 있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원장은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 같은 섬세함을 지닌 의사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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