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 숨겨진 공로자, 수화통역사의 활약이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1일, 20주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촛불집회에서는 화려한 ‘수화랩’이 시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촛불집회 때마다 실감나는 수화를 선보이며 관객에게 인기를 끈 최황순씨가 가수 조피디(조PD)와 ‘친구여’ 합동공연을 선보인 것.
가수 조피디가 축하공연에서 히트곡 ‘친구여’를 열창 하던 도중 화면이 분할되면서 수화통역사 최씨가 화면의 절반을 차지했다. 언제나 자막 오른편에 작은 화면으로 보였던 수화통역사가 화면 절반을 차지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최씨는 공연 내내 특유의 흥겨운 수화 랩으로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집회 관계자는 “수화통역사와 시민에게 주는 촛불집회 연출부의 특별한 선물”이라고 밝혔다.
조피디의 공연이 끝난 후에는 재능기부팀과 직접 수화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무대 위로 올라온 수화통역사들은 ‘탄핵’, ‘파면’,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순서대로 설명했다. 특히 오른손으로 왼손 엄지손가락을 탁 치는 수화인 ‘파면’은 시민들이 다같이 ‘박근혜 파면’을 외치며 수화동작을 익혔다.
촛불집회로 고생한 시민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는 수화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박미애 수화통역사는 “일을 많이 하면 팔이 아프다. 그래서 팔을 치는 동작을 한다”며 시민들과 수화를 나눴다.
사회자는 “촛불집회 때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걸 인식했다”며 “집회를 이끌어 준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재능기부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실제로 첫 촛불집회에서는 수화가 제공되지 않았다. 이에 장애인이 누려야 할 권리가 보장받지 못했다고 판단한 장애인정보문화누리(이하 장애누리) 재단은 2차 촛불집회 때부터 수화통역사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수화를 제공했다. 지난해 12월 10일 7차 촛불집회부터는 인원을 보강했다. 20차까지 이어졌던 촛불집회의 숨겨진 공신인 셈이다.
장애누리 박미애 간사는 이번 일이 촛불집회 측에서 준 ‘선물’을 넘어 당연한 ‘권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박씨는 “비장애인 분들이 수화 배우는 시간을 즐겨주셔서 감동받았다. 긍정적인 반응에 놀랐다”며 “특히 화면에 절반 비율로 수화통역사와 가수가 등장할 수 있었던 점에 감사드렸다. 장애인 권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영상 최윤수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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