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마다 2인1조 50명이 활동
화장실ㆍ수영장 탈의실 정밀 탐색
교묘해지는 몰카 기술에 대응
스티커 붙이며 예방에도 힘써
“요즘에는 비데 안 쪽에도 몰래카메라(몰카)를 많이 설치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변기 안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해요.”
8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주민센터 1층 여자 화장실 앞.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 중입니다’라고 쓰여진 노란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몰카 탐지 장비를 든 여성안심보안관 김태성(60)ㆍ박광미(49)씨가 화장실에서 몰카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2015년 8월 워터파크 탈의실 몰카 사건 이후로 몰카 범죄가 끊이지 않자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여성안심보안관을 운영 중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만 2012년 990건에서 2015년 3,638건으로 매년 크게 늘었다. 작년 5개월간 여성안심보안관이 다녀간 곳은 7,554개 건물의 화장실, 탈의실, 수영장 2만6,549곳이다. 자치구마다 2인 1조로 50명이 활동 중이다.
“몰카가 있으면 여기 빨간 불이 들어와요.” 김씨는 몰카가 작동할 때 내는 전자파를 감지하는 전자파탐지기를 양변기와 휴지걸이, 휴지통 등 구석구석에 갖다 댔다. 카메라 렌즈가 1㎜ 정도로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워 장비는 필수다. 김씨가 한 번 지나간 자리를 박씨가 다시 훑는다. 또 다른 장비인 적외선탐지기를 이용해 미세한 틈과 구멍이 뚫려있는 천장 환풍기 등까지 샅샅이 살핀다. 몰카 기술이 점점 더 교묘해지면서 이들은 기존 전자파탐지기에다 적외선탐지기를 올해부터 추가로 구비했다. 화장실뿐 아니라 수영장, 헬스장 등에 딸린 탈의실과 샤워실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여성안심보안관이라고 써진 조끼만 입고 들어서도 “우린 그런 것 없다”며 싫은 기색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김씨는 “이제는 커피를 권하는 곳도 생겼다”며 “하지만 여전히 개인이 운영하는 술집 등 업소는 경찰과 동행하지 않는 한 강제로 점검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의 활동은 공공청사와 시 산하기관 위주다. 박씨는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고 나가면서 홍보물을 내미는 게 나름의 노하우”라며 “호의를 보이면 ‘점검 해드리겠다’고 하면서 개인 업소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안전보안관 활동은 몰카를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도 초점을 두고 있다. 김씨는 “실제 몰카를 잡아내는 것보다 이런 활동을 한다고 알려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몰카 점검 활동을 하는 틈틈이 남자화장실에도 ‘이곳은 여성안심보안관이 몰카 설치 여부를 점검 중인 장소입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점검 나갔던 시설 관리자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각각 87%, 8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며 “아무리 많이 몰카를 찾아내더라도 사회적 인식 개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는 몰카 예방과 피해를 당했을 때 조치 등을 알리는 캠페인 활동에도 중점을 둘 계획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점심도 거른 채 용산구 내 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와 남영동ㆍ후암동주민센터, 갈월종합사회복지관, 전쟁기념관, 삼각지어린이공원, 지하철 삼각지역 화장실 등을 돌아봤다. 다행히도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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