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출시 ‘트위지’ 타 보니…
기어봉 대신 주행ㆍ후진 버튼, 차유리 대신 비닐 보호막
코너링 때 쏠림현상 적어
레이싱 제작부서에서 고안한 차량답게 운전 재미 탁월
가정용 220v 전원으로 충전, 한달2만원이면 운행 가능
편의사항 부족, 스쿠터 대신한 차량 감안하면 ‘괜찮은 편’
서울에선 600만원대 구입가능
12일 서울 구로디지털 단지의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만난 르노삼성 ‘트위지’는 앙증맞았다. 유연한 곡선에, 슈퍼카에서나 볼 수 있는 걸윙도어(갈매기 날개처럼 위로 올려 여닫는 문)가 하늘로 향해 있어 고급스러움도 풍겼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유럽에서 사랑 받던 원조 그대로 오는 6월 한국 소비자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올 하반기부터 국내 도로를 달린다. 유럽에서 2012년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차량이다. 국내에선 2015년 배달용 스쿠터를 대신할 목적으로 도입이 시도됐으나, 자동차 관리법규상 해당되는 차종이 없어 허용되지 않았다. 이렇게 2년을 끌다 마침내 지난해 말 승용차로 분류돼, 오는 6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트위지는 차량 구입가격이 저렴하고, 일반 승용차의 3분의 1 크기라 좁은 골목 이동과 주정차가 쉽다. 충전은 가정용 220v 전원을 이용하면 돼 매우 편리하다. 시험운행중인 트위지를 국내 언론사 기자로선 최초로 서울 곳곳에서 시승하며 그 장단점을 살펴봤다.
우선 탑승해보니 운전석은 안락했다. 보조석이 없지만 공간도 좌우로 두 뼘 정도 여유가 있다. 뒷좌석은 이륜차 뒤에 타는 것처럼 다리를 좌우로 벌려 타도록 돼 있다. 운전석 사이로 보인 아담한 타원형의 디지털 계기판은 배터리 잔량, 주행가능거리, 속도 등 꼭 필요한 것만 보여줬다. 그 왼편에는 기어봉을 대신해 ‘D(주행), N(중립), R(후진)’버튼이 있다. 주차브레이크가 핸들 밑에 있는 것만 빼고, 일반 차량과 비슷하다. 다만 차문에는 유리 대신 비닐 보호막이 지퍼로 연결돼 있다.
열쇠를 꽂아 돌린 후 계기판 왼편에 ‘GO’란 표시가 떴을 때 시동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 정도로 정숙했다. 가속 페달을 살짝 밟자 움직일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가벼운 무게(474kg)로, 급출발을 방지하기 위한 설계 탓이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모터를 주행 시와 반대로 돌려 충전하는 구조여서 ‘꾹’ 밟아야 급제동이 가능했다.
도로에 들어서 가속 페달을 밟자 금세 최고속도(80km/h)까지 올라갔다. 가속하는 순간 최대출력이 나오는 전기차답게 가파른 언덕도 무리 없이 올랐다. 주변 차량의 방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했다.
문제는 풍절음이었다. 50km/h를 넘자 눈ㆍ비 차단 목적의 비닐 가림막은 흔들렸고, 차문 틈새로 바람이 들어왔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애프터마켓에서 각종 편의장치가 개발 중이어서, 불편한 부분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은 프랑스에서 제작돼 유럽인이 선호하는 단단한 특성을 갖고 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울퉁불퉁한 노면 충격이 바로 전달됐지만 르노그룹의 경주용 차량을 제작하는 부서에서 고안된 차량답게 코너링 시 쏠림 현상이 적고 낮게 깔렸다. 핸들 움직임은 무거운 편이었다. 차량은 작지만(길이 2,335mm, 폭 1,233mm) 강성 좋은 튜블러 프레임 구조에 4점식 안전벨트와 에어백, 측면 충돌보호장치 등이 장착돼 유럽 안전도 평가(Euro NCAP)를 통과했을 만큼 안전성이 뛰어났다.
트위지는 가정용 220v로 충전한다. 차량 앞부분 뚜껑을 열면 충전 케이블이 있어 바로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된다. 3시간30분만 충전하면 60km 이상 달린다. 1회 충전 비용이 약 6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간 2만원이면 운행 가능하다. 환경부(578만원)와 지자체 보조금(200만~500만원)을 지원 받으면, 서울에선 622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경제성을 갖춘 재미있는 차량이 국내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글ㆍ사진=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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