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에 나폴라(Napola)라는 엘리트 청소년 합숙교육기관이 있었다. 국립정치교육기관(Nationalpolitische Lehranstalt)의 약칭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정권을 잡았던 1933년에 설립됐다. 설립목적은 정치 군사 행정 분야 엘리트를 키우는 것으로 철저한 군사교육이 시행됐다. 평균 이상의 지적 능력이 있어야 하고, 시력이나 청력이 나쁘면 입학이 거부되는 등 인종적으로 ‘흠집’ 없는 청소년만으로 구성됐고, 입학시험만 8일간 치렀다.
▦ 11~18세 학생들은 입학 이후 간부후보생(cadet) 대우를 받았다. 3개교에서 출발해 1941년에는 30개교로 늘어나 학생이 6,000명이나 됐다.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43개교로 늘었다. 교육은 철저히 경쟁적이고 때로는 잔인했다. 후보생 중 5분의 1은 강도 높은 교육과정에서 다쳐 퇴교 조치를 당했다. 졸업생이 최종적으로 나치 친위대원(SSㆍSchutzstaffel)이 될 가능성은 13%로 일반 독일인의 확률(1.8%)보다 훨씬 높았다. 이들은 전쟁에서 소년병으로 활용됐고, 2차 대전에 투입돼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 나폴라의 교칙은 자제력 복종 끈기 단결이었고,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신념은 ‘최종 승리’였다. 이를 근거로 유럽학자들은 전후에도 나폴라의 교육이념을 경쟁사회에 등장하는 대표적 특징들과 연관시킨다. 실제로 이 학교는 많은 독일 기업인을 배출했고, 이들은 나폴라의 교육이 공격적인 시장경쟁 시스템에서 유용했다고 증언한다. CEO(Chief Executive Officer) 등의 명칭에서 보듯, ‘Chief’ ‘Officer’ 등의 군대식 용어가 기업조직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 이런 조직문화가 과로사(過勞死)를 유발한다는 분석이 있다. 1980년대 일본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일본에서는 ‘가로시’, 중국은 ‘구오라오시’라고 한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양 3국에서 유독 과로사가 많은 것은 조직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유교, 혹은 군사문화의 영향이다. 호주의 한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매년 1만명이 과로사를 당한다. 최근 우리 기업은 물론, 정부부처 등에서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얼마 전 ‘과로사 방지법 ‘을 공동 발의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관심을 기울일 문제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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