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와의 인터뷰 도중 깜짝 등장한 아이들로 인해 화제가 됐던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의 '돌발 영상'이 예상치 못한 '인종차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영상 후반부에 등장한 한 여성이 켈리 교수의 '아내'인지 '보모'인지에 관한 논란이 일면서 아시안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앵커와 화상 대화를 나누던 켈리 교수의 뒤로 그의 두 자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당황한 그의 아내는 헐레벌떡 방으로 들어와 두 아이를 끌고 문을 닫았다. 1분 남짓 되는 짧은 순간의 방송 사고였지만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23만 회 이상 공유되고, 유튜브에서는 1,227만 명이 시청하는 등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다.
'사랑스러운 돌발 영상'쯤으로 남을 수 있었던 해당 영상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후반부에 등장한 여성이 두 아이의 '엄마'인지, '보모'인지 논쟁이 일면서부터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여성은 켈리 교수의 아내인 김정아씨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영상을 본 영미권 트위터리안들이 "영상은 재밌지만, (여성이 아이들을 과격하게 끌고 나가) 보모가 곤란에 처할 것 같다"며 쉽게 김씨를 보모로 판단했다.
기존 매체의 잘못된 보도도 '보모' 논란에 불을 붙였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김 씨를 '당황한 보모(frenzied nanny)'라 표현했다가 '당황한 아내(frenzied wife)'로 뒤늦게 고쳤다.
그들이 '보모'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두 자녀의 생김새가 인종적으로 김씨와 유사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허둥지둥 들어오는 모습이 엄마라기보다는 고용된 보모의 모습에 가깝다는 것. 하지만, 이는 '아시안 여성은 마땅히 이럴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이에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아기를 무릎에 앉혀 BBC와의 인터뷰를 매끄럽게 이어 나가고, 엄마와 볼키스를 주고받으면서 아이를 우아하게 내보냈어야 저 여성이 보모가 아니라는 게 증명이 될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록산 게이'는 트위터를 통해 세계 네티즌들을 향해 "왜 자신이 저 엄마를 보모라고 생각했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일부 트위터리안이 "여성이 마치 직업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처럼 겁에 질렸기 때문에 보모라고 판단했다"는 주장에 "저 여성이 혼비백산한 까닭은 '보모'여서가 아니라 자신의 남편이 BBC에 생방송으로 나오고 있고, 이 일이 남편의 중요한 학문적 성과이기 때문일 뿐"이라고도 맞받아쳤다.
해외 언론도 '왜 사람들은 아시안 여성을 보모라고 가정하는가'라는 내용의 기사를 통해 아시안 여성에 대한 편견을 꼬집었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아시안 여성에 대한 인종적 편견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김 씨를 '보모'라 판단했다는 것. ☞‘Los Angeles Times’도 "대개 굽실거리고, 수동적이라는 아시안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사람들은 김 씨가 '보모'라고 쉽게 생각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보도를 통해 여성은 교수의 아내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논쟁이 끊이지 않자 많은 트위터리안이 인종차별적 행동을 그만할 것을 촉구하는 해시태그인 '#stopbeingracist'를 붙이며 아시안 여성에 대한 편견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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