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뇌물공여는 재배당 요청
2015년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부당 개입한 혐의로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가 이 사건의 재판장도 맡아 심리를 이어가게 됐다. 유일하게 영장전담판사 3명을 둔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런 광경은 드문 데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건은 앞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단 이유로 다른 재판부로 넘긴 터라 다른 잣대에 따른 의구심도 일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합의21부 재판장 조의연(51ㆍ사법연수원 24기) 부장판사는 13일 문 전 장관의 첫 공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한다.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61)씨와 삼성간 뇌물거래의 핵심 대목인 석연찮은 삼성 합병 과정에 문 전 장관의 월권 행위가 입증되는지를 살피게 된다.
앞서 조 부장판사는 영장판사로 있던 지난해 12월 31일 문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런데 올 2월 법원 정기인사로 먼저 이 사건이 배당됐던 재판부로 부임하면서 영장심사에 이어 재판까지 맡게 됐다. 이처럼 판사가 영장심사의 대상자인 특정 피의자를 법정에서 피고인으로 다시 마주하는 건 평소 법관들조차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법정 모습이다. 영장심사 단계에서 이미 피의자에 대한 심증을 굳힌 상태에서 형사재판에 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속된 피고인이라면 자신을 안 좋게 본 판사의 재판 진행 자체에 불만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 판사는 회피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다 문 전 장관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지도 않아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반면, 조 판사는 재판장으로 먼저 온 뒤 맡게 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은 재배당을 요청해 맡지 않았다. 올 1월 19일 자신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해서 괜히 “무죄 선고할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다는 우려에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