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캠 반대’ 싸고 물리적 충돌
재학생 “물대포 쐈다” 주장에
학교 “소화기 터져 소방전 사용”
점거농성 기사 놓고 편집권 갈등
대학신문은 65년 만에 1면 백지로
서울대의 시흥캠퍼스 분규와 관련해 대학신문 1면의 백지 발행이 예고되는 등 곳곳에서 학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서울대 본부가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는 ‘본관 점거’ 학생들을 153일 만에 강제로 끌어내며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특히 강제해산 과정에 학생들은 본부측이 동원한 직원들이 물대포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빚어졌다. 재학생 김모(18)씨는 “수압을 이기지 못해 넘어진 상태에서 머리를 겨냥해 쐈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측은 “학생들이 터트린 소화기 분말을 제거하려 소방 호스를 이용했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 관계자는 “본관 점거농성이 장기간 지속되며 신학기 행정업무에 부담을 빚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직원 400여 명을 동원해 11일 오전 본관을 점거 중이던 학생 70여명을 끌어냈다. 4층에 남아있던 학생 12명도 오후 6시쯤 자진해산하며 점거농성은 막을 내렸지만, 시흥캠퍼스 설립이 영리추구 목적이라는 일부 학생들의 반발이 커 충돌 불씨는 여전하다.
더욱이 시흥캠퍼스 갈등은 대학신문으로 옮겨 붙어 서울대 학생기자단은 12일 편집권 보장과 주간교수단 교체를 요구하며 13일자 1면을 백지 발행키로 했다. 대학신문은 1952년 창간된 서울대 공식 학보다. 2004년 편집권 분쟁으로 제호 등을 비운 채 발행된 적이 있으나 1면 전체가 백지 발행되기는 65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10일 시작된 시흥캠퍼스 반대 본관 점거농성의 기사화 여부가 편집권 분쟁이 불거진 계기다. 학생들은 주간교수가 본부점거 이슈를 줄이고 개교 70주년 기사를 늘릴 것을 일방적으로 지시했다며 같은 달 20일 항의서를 제출했다. 당시 주간교수가 학교 측에 사임의사를 밝혔으나 학교 측이 처리를 미루면서 대학신문은 다섯 달 가까이 파행운영 중이다. 이로 인해 직원 채용 및 광고 재계약 등이 무산되기도 했다.
대학신문은 1988년부터 학생이 편집장을 맡으면서도 주간교수가 모든 업무를 통할하고 있어 편집권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학생들은 주간교수단이 일방적으로 편집권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나 주간교수인 임경훈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오히려 저와 직원들이 명예훼손을 당한 건으로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등 강경한 대립이 빚어지고 있다.
끊이지 않는 학내갈등을 바라보는 교내 구성원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재학생 이승수(21)씨는 “친구들이 물대포에 맞거나 다리가 부러지도록 끌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만 흘렸다”며 “대학 당국이 학내 갈등을 대화로 풀어나갈 의지가 있는지 불신감이 든다”고 밝혔다. 교내 게시판 또한 “시흥캠퍼스 찬반여부를 떠나 물대포 사용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서울대 한 교수는 “상아탑답게 학내 구성원들이 원만한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충돌을 빚는 극단적 양상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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