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받고 비정상적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대통령기록물 처리 문제가 혼선을 빚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향후 검찰수사와도 맞물려 있어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주목된다.
대통령기록물은 통상 집권 대통령 퇴임 6개월 전부터 청와대가 분류를 시작해 임기 만료 전에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게 된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이 파면을 당하고 기록물 분류를 할 시간도 없이 황급히 청와대를 떠났기 때문에 분류와 이관의 주체가 모호해졌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기록물 지정권자가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총리실은 “대통령기록물 문제와 관련해 어디에서도 검토 요청이 들어온 바가 없다”며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의 관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이 분류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10일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이 지정기록물을 선정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현 상태 그대로 이관해야 한다”면서 “권한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분류하는 건 탈법”이라고 주장했다. 행자부는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록물 조사와 확인, 목록 작성, 정리 절차에 나설 방침이지만 기록물 지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문서, 전화통화, 전자기록 등 모든 형태의 자료를 망라한다. 국무회의 자료와 인사기록, 청와대 행정서류는 물론 향후 검찰수사에 활용될 업무용 수첩과 청와대 방문일지, 최순실 관련 문건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중 국가안전과 국민경제안정 등 6가지 사유에 해당하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해 최장 15년간(사생활 관련 기록은 최장 30년간) 열람을 제한할 수 있다.
앞서 노무현정부는 755만건의 자료를 다음 정부에 이관해 이중 1만건의 열람을 제한했다. 이어 이명박정부는 1,088만건의 문서를 이관했지만 이 가운데 비밀기록물이 하나도 없어 외교안보 문서 파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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