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게이트 여파에 바둑계도 ‘휘청’…기업 후원 대회 끊겨

이전기사

구독이 추가 되었습니다.

구독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최순실게이트 여파에 바둑계도 ‘휘청’…기업 후원 대회 끊겨

입력
2017.03.13 04:40
0 0
한국마사회 주관으로 지난 2015년 개최됐던 ‘렛츠런파크배 오픈토너먼트’에서 프로기사들이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끌어낸 최순실게이트 여파가 바둑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미치고 있다. 최순실게이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들의 주관 하에 열렸던 프로 바둑기전이 기약도 없이 미뤄지면서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프로 바둑기전 등 대외행사 개최로 받게 될 일반 언론이나 대중들의 관심에 부담을 느낀 관련 기업들의 위축된 행보란 분석이다.

12일 한국기원 등 바둑계에 따르면 그 동안 국내에서 프로기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던 굵직한 공식 바둑기전들이 취소되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마사회 주관으로 개최됐던 ‘렛츠런파크배 오픈토너먼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총상금 4억5,000만원(우승상금 8,000만원) 규모로 시작했던 이 대회는 2015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경제적인 사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바둑계에선 지난해 말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현명관 전 한국마사회 회장의 최순실게이트와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전 회장은 임기 막판 최씨의 딸인 정유라의 독일 승마연수 지원 등을 포함해 최씨와 삼성을 잇는 핵심 다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과 함께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비서실장과 삼성물산 회장을 역임한 현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재계 최측근 인사로도 알려졌다.

KT 주관으로 열렸던 ‘올레배 바둑오픈 챔피언십’ 프로기전 중단 또한 바둑계에선 아쉬운 부분이다. 총 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원) 규모로 지난 2010년 첫 대회로 시작했다. 이 대회는 그 해 중국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바둑 국가대표팀이 남,녀 단체전과 혼성페어전 등 바둑에 걸렸던 금메달 3개를 싹쓸이하면서 일으켰던 바둑 바람 이어가기에 일조했던 프로기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레배 바둑오픈 챔피언십’ 프로기전 역시 대회 규모를 축소해 오면서 급기야 2015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KT도 한국마사회처럼 최순실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도 밝혀졌지만 최씨의 요청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KT에 특정인들을 채용하게 하고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최순실게이트 여파로 인한 기업들의 프로바둑 기전 대회 후원이 중단되면서 바둑계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를 두고 바둑계 안팎에선 각 기업들의 잇따른 프로기전 대회 취소가 최순실게이트의 후폭풍이란 시각도 나온다. 바둑계 관계자는 “‘렛츠런파크배 오픈토너먼트’나 ‘올레배 바둑오픈 챔피언십’ 프로기전 개최 중단에 대해 각 사에서 이런 저런 이유를 대고 있지만 아무래도 최순실게이트와 연관된 분위기가 가장 큰 게 아니겠냐”며 “바둑계도 사실상 최순실게이트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판이다”고 말했다. 특히 두 기전은 상금 규모도 최대 규모였던 데다, 프로기사는 물론 아마추어 기사들에게도 참가자격이 주어지면서 국내 바둑 대중화에 앞장을 섰다는 점에서 바둑계에 던져진 충격파는 더해지고 있다.

이처럼 프로기전의 잇따른 취소는 국내 바둑계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고 있다. 잇따른 공식 프로기전 취소는 실전 감각 저하로 이어지면서 국제 대회에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실제 국내 바둑계는 최근 세계 주요 바둑기전 우승을 모두 중국에 모두 내주면서 지난 2013년 이후 4년 만에 무관(無冠)국으로 추락했다. 삼성화재배 및 몽백합배는 커제가 우승 트로피를 가져간 것을 비롯해 LG기왕전은 당이페이, 응씨배는 탕웨이싱, 바이링배는 천야오예, 춘란배는 구리 등 중국 선수들이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현역 프로바둑 기사가 사재를 털어 후배들을 위한 프로기전까지 만드는 세계 바둑계에서도 보기 드문 일도 벌어지고 있다. 현 국가대표팀 감독인 목진석9단은 지난 2015년 대국 비용을 모두 부담하면서 ‘미래의 별 신예최강전’이란 공식 프로기전까지 탄생시켰다.

한 프로바둑 기사는 “인공지능 알파고로 모처럼 불어 닥친 국내 바둑 열기가 예상치 못한 정치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혀 된서리를 맞고 있다”며 “이 상태라면 중국을 넘기는 고사하고 한 수 아래로 평가 받고 있는 일본에게도 덜미를 잡히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비즈스토리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