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표현하는 윤동주는 다를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요.”
일제강점기 고통 받는 조국의 현실은 물론 인간의 고뇌를 담은 아름다운 작품을 남기고 28세에 세상을 떠난 시인 윤동주(1917~1945).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새 주연으로 낙점된 배우 온주완(34)은 만만치 않은 부담에도 확신에 찬 목소리다. 2012년 초연한 후 이달 21일부터 네 번째 시즌에 돌입하는 ‘윤동주, 달을 쏘다’ 무대에 오르는 온주완을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지난해 ‘뉴시즈’로 첫 뮤지컬에 도전했던 온주완에게 ‘윤동주, 달을 쏘다’는 두 번째 작품이다. 자신만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온주완은 윤동주의 청춘에 집중했다. “온주완이라는 사람의 청춘과 관객들의 청춘이 별반 다르지 않듯, 시인 윤동주의 청춘도 빛났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표현하는 윤동주 시인은 내성적이고 조용했을 것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청춘의 뜨거움을 가진 모습이에요.”
물론 시작부터 자신감이 넘쳤던 건 아니다. 실존 인물, 그것도 한 시대를 대표한 민족시인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상당했다. 그 동안 영화와 방송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아 온 그지만 뮤지컬은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데는 ‘시’라는 매개체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어릴 때부터 시를 읽고 쓰는 걸 좋아했어요. 어머니도 문학을 정말 좋아하셔서 아들이 시인 윤동주가 돼 감동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온주완은 윤동주 시인 역할을 맡게 된 이후 이전에 읽지 못했던 시까지 모두 찾아 읽은 자타공인 문학청년이다. “그 동안 쓴 시를 책 내려면 작품이 120편이 필요하다 길래 도전하지 못했죠.”
그의 자신감은 사실 끊임없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스스로를 “뮤지컬 새내기”라고 표현한 온주완은 뮤지컬 연기에 대한 굳은 다짐을 보였다. “뒤늦게 온 새내기가 적당히 하면 기존 배우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뮤지컬에서 도태되는 거죠. 제 스스로 그런 불안감을 느꼈어요.” 그는 대본을 완전히 암기한 상태로 첫 연습에 임했다. 세 번이나 공연에 올랐던 서울예술단 배우들과 호흡도 굉장히 잘 맞는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과 인간적으로 먼저 친해져야 연기 합도 잘 맞는다는 그는 “제가 보기보다 친화력이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온주완은 뮤지컬 무대에서 “영화 시작할 때 처음 가졌던 열정과 뜨거움이 다시 살아났다.” 특히 ‘윤동주, 달을 쏘다’ 작품에 대한 애정은 상당하다. 제작비 문제로 2주 동안만 무대에 오르는 게 너무 아쉽다며 “국가 지원으로 무료 공연을 해서라도 더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100년 전에 있었던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온주완은 지난 3ㆍ1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찾았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