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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 푸틴, 러시아 혁명 100주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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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 푸틴, 러시아 혁명 100주년 외면

입력
2017.03.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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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인 ‘러시아 혁명’ 100주년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속내는 복잡한 듯하다. 12일(현지시간)은 100년 전 러시아 민중이 300년 이상 이어져 온 로마노프 왕조를 함락시킨 2월 혁명의 분수령이 되는 날이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날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고 어떤 공식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11일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혁명일을 기념하지 않는 분위기에 대해 17년째 장기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이 ‘권력자 타도에 대한 기념행사’를 불편해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 푸틴은 금기를 깨고 러시아혁명과 혁명주역이자 국부(國父)격인 레닌을 깎아 내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러시아는 혁명 당시 위대한 봉기가 가져온 결과를 잘 알고 있지만, 우리 역사에는 불행하게도 너무 많은 봉기가 있었다”고 불편함을 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혁명과 레닌에 냉담하지만 반면 미국과 맞섰던 초강대국 시절의 소련과 스탈린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하면서 ‘강한 러시아’와 ‘국민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스탈린이 히틀러에 승리한 2차 대전 승전기념일(5월 9일)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일은 상징적이다.

러시아 혁명에 대한 푸틴의 외면은 집권 이래 계속되고 있는 유라시아 국가들의 탈 러시아 친 서방 성향 ‘색깔 혁명’에 대한 우려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2003년 조지아(장미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오렌지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튤립혁명) 등의 배후에는 러시아를 포위하려는 미국과 유럽국들이 있고, 이는 푸틴이 강조하는 국민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다. 푸틴 정부는 러시아 혁명에 대한 재조명이 이런 움직임을 자극할 수 있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문화부문 특별 대리역인 미하일 시비드코이는 NYT에 “어떤 이들은 러시아 혁명을 ‘위대한 러시아’에 조종을 울린 사건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푸틴 정부 차원에서는 러시아 혁명에 대한 기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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