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삼성화재가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처음으로 ‘봄 배구’에서 밀려났다.
남자 프로배구는 3ㆍ4위 승점 차가 3점 이내일 때만 준플레이오프가 열린다. 4위 삼성화재(승점 58)는 준PO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3위 한국전력(승점 62)과 승점 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삼성화재는 지금까지 우승 8차례, 준우승 3차례를 차지한 ‘배구 명가’다. 특히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2007~08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 7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하지만 올 시즌 여러 모로 악재가 겹쳤다.
삼성화재는 그 동안 한국 리그에 적합한 외국인 선수를 뽑은 뒤 나머지 선수들이 철저히 역할 분담을 하는 ‘시스템 배구’로 남자 배구를 평정했다. 이 과정에서 가빈(31ㆍ캐나다), 레오(27ㆍ쿠바) 등 특급 외국인 공격수를 배출했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를 트라이아웃(공개선발)으로 뽑아 실력이 평준화됐다. 또한 우승을 독점 하다 보니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수급하기 어려웠다. 새로 창단하는 신생 팀에 드래프트 우선순위를 몰아주기 때문이다. 1라운드 지명을 받아 지금 삼성화재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세터 유광우(32) 정도다. 이선규의 이적(36ㆍKB손해보험), 고희진(37)의 은퇴, 지태환(31)의 입대로 센터진에도 큰 구멍이 생겼다. 시즌 중반 국가대표 라이트 박철우(32)가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힘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는 우승하지 못하는 이유는 될지언정 포스트시즌조차 오르지 못한 원인이라 보기는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특유의 끈끈함과 응집력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삼성화재는 7시즌 연속 우승할 때도 고비가 많았다. 3년 주기로 어려움에 처한다고 해서 ‘3년 위기설’이라고도 했다.
2010~11시즌 삼성화재는 살림꾼 석진욱(41)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고 최태웅(41)이 현대캐피탈로 이적하며 충격을 받았다. 정규리그 2라운드까지 꼴찌였다. 하지만 3라운드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르더니 결국 챔프전에서 리그 우승팀 대한항공에 4전 전승을 거뒀다. 2013~14시즌에도 리베로 여오현(39)이 현대캐피탈로 떠나 팀이 크게 흔들렸지만 기어이 정상에 섰다. 그러나 또 다시 3년째인 올 시즌은 파고를 넘지 못했다.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끌 당시 사령탑이었던 신치용 단장은 “우리의 선수 구성, 경기력을 고려하면 4위도 못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순위보다 삼성화재만의 탄탄한 기본기 배구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더 아쉽다”고 말했다. 그 동안 풀 세트에 누구보다 강한 팀이었던 삼성화재는 올 시즌 12번의 풀 세트에서 8번을 졌다. 고비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던 ‘DNA’를 잃어버린 것이다. 신 단장은 “감독,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실패 원인을 진단하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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