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어르신 한글대학’ 입학식
100세 시어머니 70세 며느리 등
늦깎이 학생 1100여명 학구열
“나만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난 그리운 남편에게 직접 손 편지를 쓰고 싶어서 한글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최근 충남 논산시가 개설한 한글대학에 다니는 송병국(79ㆍ가야곡면)할머니는 마을회관에서 열리는 한글학습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송 할머니는 어릴 적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해 평생 까막눈으로 살았다. 남들보다 70년 늦게 한글배우기를 시작했지만 ‘가나다라마바사’등 한글의 기본 익히기에 푹 빠졌다.
지난 9일 논산시가 마련한 한글대학에 입학한 송 할머니는 “10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생전에 하지 못했던 말과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쓸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날 입학한 정모(84ㆍ채운면)할머니는 “초등학교 문턱을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 이었다”며 “시내버스를 탈 때 옆 사람에게 버스의 행선지를 묻지 않고 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기뻐했다.
100세가 넘은 시어머니와 70대 며느리가 함께 공부를 하는 등 학구열은 마을회관 난로처럼 뜨거웠다
한글대학은 논산시의 행복공동체 ‘동고동락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지난 2일부터 한글대학이 들어선 마을마다 ‘2017 어르신 한글대학 입학식’을 치렀다.
논산시 15개 읍 면 동 96개 마을에 개설한 한글대학에는 매주 2회 2시간씩 노인 1,140여명의 늦깎이 학생이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논산시는 노인들이 글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창피함을 가질까 하는 걱정에 입학식을 마을잔치형식으로 치렀다. 평소 얼굴을 자주 보던 시장과 읍장과 면장이 총장과 명예총장을 맡아 어색함을 줄여줬다.
입학식 프로그램도 학습교구 전달,‘고향의 봄’합창, 마을 별 기념촬영 등으로 꾸미는 등 용기와 응원을 불어 넣었다.
또한 성인문해 자격증을 소지한 한글교사 38명을 공개 모집했다. 교재도 평생교육진흥원의 ‘소망의 나무’를 선정해 한글배우기 걸음마를 돕고 있다.
황명선 논산시장은“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일이 복지의 출발”이라며 “한글대학에 입학하는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배움을 계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논산=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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