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현직 대통령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검찰이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 관심이다. 다가온 대선에 끼칠 영향 등을 거론하며 조사를 늦추기 바라는 여론도 없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낳은 사건의 중대성이나 이와 관련해 이미 기소된 피의자들이 재판정에 선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핵심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 조사를 마냥 미루기는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최초 검찰의 최순실씨 국정농단 수사를 비롯해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까지 하고 중단된 특검 조사 결과, 그리고 헌재의 탄핵 결정문에서 또렷이 드러난다.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허용 및 그를 위한 권한 남용, 청와대 자료 유출 등으로 공무원 비밀엄수 의무 위배, 재단 출연금 요구로 기업의 재산권 등 침해, 삼성 경영권 승계 대가로 뇌물 수수, 블랙리스트 작성 및 공무원 부당 인사 등이다. 게다가 지난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최순실, 김기춘, 문형표씨 등 구속 기소된 관련 피고인들이 줄줄이 재판정에 선다. 이들의 혐의는 거의 모두가 박 전 대통령과 직ㆍ간접으로 연관된 것들이다. 권력의 정점에서 이런 일들을 지시ㆍ방조ㆍ묵인했다는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 조사를 통한 사실 규명이 결국 이 모든 재판의 관건이기도 하다.
헌재의 탄핵 인용 직후 김수남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의연하고도 굳건하게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박 전 대통령 조사와 기소 여부 판단을 미룰 이유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 계좌추적이나 통신 조회 등도 필수다. 청와대 비밀 출입 기록 파악, 세월호 7시간 등 의혹들을 규명하려면 불발되었던 청와대 압수수색도 다시 실시해야 한다.
일부에서 대선 전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가 대선 진행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거론한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김대중 후보 비자금 고발 사건 수사를 검찰이 대선 이후로 미뤘던 사례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고발 사건이 아니라 이미 검찰과 특검 수사, 헌재의 파면 결정을 통해 심각한 위법 가능성이 드러난 형사 사건이다. 그가 다가온 대선에 나설 후보도 아니다. 다만 사망자까지 내고만 비이성적인 탄핵 반대 시위가 거세져 사회 혼란을 부채질 할 우려는 있다. 이런 혼란의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 짓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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