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약속 중 하나인 경제민족주의와 보호무역 정책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민족주의 진영의 학문적 지주인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백악관 내전’에서 월가 출신 자유무역주의 진영의 공세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나바로 위원장이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주의 진영과의 충돌에서 고립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나바로의 무역 상대국을 비판하는 발언이 경제학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자 콘 진영이 이를 이용해 나바로와 NTC를 백악관에서 쫓아내 상무부 아래로 이관하려 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위한 사전협의도 콘이 주도하고 있으며, 나바로와 접촉하려던 유럽 등 타국의 무역당국자들도 대부분 콘이나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응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자신은 아직 보호무역주의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FT는 트럼프가 경제민족주의 진영과 자유무역주의 진영이 충돌한 회의에서 나바로의 편을 들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핵심 측근인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나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나바로처럼 보호무역론자다. 반중 강경론자인 나바로는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트럼프 입장에서 여전히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내세울 수 있는 유용한 무기다.
나바로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에서 강의한 경제전문가지만,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는 경제학계의 이단아다. 특히 ‘웅크린 호랑이(2015)’ ‘중국에 의한 죽음(2011)’ 등 저서에서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경제제재를 주장해 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