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FC 알펜시아 경기장 전경/사진=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경기 장소 중 하나인 스키점프센터를 축구장으로 개조해 K리그 정규리그 경기를 한다는 발상은 혁신적이다. 이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조태룡(53) 강원FC 대표이사는 "축구장이 아닌 여행을 온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K리그의 성장을 위한 참신하고 실험적인 도전이 프로축구 팬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마침내 첫 선을 보였다.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강원FC는 지난 11일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에서 FC서울과 홈 개막전을 치렀다. 결과적으로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이날 강원은 0-1로 패했고 경기 후에는 다양한 비판이 쏟아졌다. 앞으로 과제는 이를 경청한 구단이 실망을 다시 기대로 바꾸려는 지속적인 노력이다.
◇ 새겨들어야 할 '시행착오'
지난 시즌 강원은 이곳에서 K리그 챌린지(2부리그) 4경기를 소화했다. 올 시즌엔 홈 전 경기를 치른다. 뚜껑을 연 클래식 첫 경기 운영은 실패다. 경기 내적으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잔디와 악취였다.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를 진행했던 탓에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 경기 전날까지 구단 직원들이 눈을 치우고 언 땅을 녹여야 했고 겨우 내 눈에 쌓여 있던 잔디와 퇴비 등이 악취를 풍겼다. 조 대표이사가 아름다움을 강조하던 스키점프대는 마주보고 뛰어야 하는 팀의 시야에 영향을 미쳤다.
준비 부족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넘어 관중들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강원은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원도 각지와 서울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그러나 인근 교통 체증이 심하고 주차장이 협소한 관계로 버스가 경기장 약 2km에 정차하면서 관중들은 먼 길을 걸어 들어와야 했다. 임시 전광판도 다른 경기장에 비해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이 충분하지 않았고 간이매점은 5,000여 관중의 수요를 충족하기 버거웠다. 발권이 늦어지고 좌석도 불편했다는 지적이다. 이 모두가 최대 5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티켓정책에 걸맞지 않은 서비스였다.
◇ 첫 출발 알펜시아, '불안'과 '희망' 사이
강원은 개막전에서 쏟아진 따끔한 질책을 교훈 삼아 문제점들을 보완해 나가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잔디와 악취는 날씨가 풀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점에서 도전의 성패를 좌우할 본질은 팬 서비스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우려했던 접근성에 대한 불만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건 고무적이다.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수도권에서 출발해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까지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기타 전광판과 좌석, 화장실, 간이매점, 주차 후 긴 도보 이동 등은 착실한 서비스 개선으로 풀어나가면 된다.
첫 출발은 매끄럽지 못했지만 그래도 희망은 보였다. 강원의 홈 개막전을 보기 위해 5,098명의 관중이 몰렸는데 이는 지난 시즌 같은 장소에서 치른 평균 관중(1,075명)의 5배에 달했다.
보다 큰 의미에서는 강원 구단이 평창 동계 올림픽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사후 시설 활용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평창 대회 이후 사후 시설 활용 문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목하고 있을 만큼 국가적인 대사다. 스키점프대 유휴공간을 활용한 축구장 건설이 가장 눈에 띄는 혁신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스키 점프대는 평창 이후 적자가 엄청날 것 같았다"며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다가 우리 전용구장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강원 구단은 "팬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해 반성하고 있다"며 "처음이라 미숙한 부분과 불편을 드린 점이 너무 많았다. 홈 개막전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수정ㆍ보완해 다시는 이런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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