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을 언제든 말레이시아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피살자의 신원을 김정남으로 공식 확인함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도 자동으로 ‘유가족’ 신분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의 신원 확인은 사실상 북한 측에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받을 권리를 인정한 셈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이) 결심만 한다면 시신은 합법적으로 그에게 인도될 것”이라며 “만약 다른 직계가족도 인도를 요구해 경합이 벌어질 경우에는 검찰총장에게 판단을 묻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전날 취재진을 만나 “결국 우리는 시신을 누군가에게 인도할 것”이라며 “시신을 인도받는 주체는 북한 정부가 될 수도, (김정남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북한 정부 측에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북측이 김정남의 존재를 부정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정은 위원장 명의로 시신을 인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측 관계자들은 사망자가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이 아닌 평범한 북한 시민이라고 강변해 왔다. 또한 북한 정권 차원에서 그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시신을 넘겨받는 형태를 취할 경우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 북측은 김정남이 ‘무연고 사망자’로 규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국적 국가란 점을 내세워 시신을 인도받을 수 있다. 김정남의 자녀들이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있거나 제3국으로 도피한 상태여서 그의 시신을 인수하러 말레이시아를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경찰 소식통은 “외국인 사망 사건의 경우 일정기간 가족이 나서지 않으면 국적국 대사관에 알리게 돼 있다”며 “대사관 측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을 때만 말레이시아 당국이 시신 처리 방안을 정하게 된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앞서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10일 기자회견을 하고 피살자의 신원이 김정남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조만간 김정남의 시신을 말레이시아 보건부에 인계할 계획이다. 보건부 내부 규정은 사망자의 가족이 나타날 때까지 통상 14일간 시신을 보관하다가 처리절차를 밟게 돼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