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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박근혜는 맞고 특검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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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박근혜는 맞고 특검은 틀리다?

입력
2017.03.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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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탄핵을 자축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광화문 광장 너머로 적막한 청와대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탄핵을 자축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광화문 광장 너머로 적막한 청와대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2015년 가을 홍상수 영화감독이 내놓은 작품입니다. 파면 결정으로 민간인 신분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흘째 청와대 관저에서 침묵하는 모습에서 그 영화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탄핵 사흘째인 12일 박 전 대통령은 아무런 입장 표정을 하지 않은 채 관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전날에는 오후 4시가 지나자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이 기자들이 모여있는 청와대 춘추관까지 전해집니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민간인 신분인 만큼 청와대를 떠나라’는 목소리입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무르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한 규정은 없고, 건물 책임자인 비서실장이 나름대로 판단을 해서 한 거니까, 그런 정도로 이해를 해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입장은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관저 체류가 원칙은 아니지만 전직 대통령의 신변보호를 위해 일단 사저가 고쳐질 때까지 양해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관계자는 이어 “탄핵된 대통령이 하루 이틀 더 머문다”고 너무 모질게 대하지 말아 달라며 연민에 호소했습니다.

한 달 전인 2월 13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 경내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특검 열차의 정점으로 꼽히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5시간에 걸친 대치 끝에 빈손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청와대는 특검의 경내 진입을 한 발짝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가 '군사상 또는 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이유로 불허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110조. 당시 청와대가 압수수색 거부 사유로 들었던 근거 중 하나입니다. 형소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불승인 사유서’도 제출했습니다. 청와대는 국가 원수이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정책 결정을 하는 곳이라 ‘군사시설’로 지정됐고, 공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과 자료를 많아 압수수색이 이뤄질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맞습니다. 청와대는 ‘군사시설’입니다. 청와대는 군사시설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민간인의 출입도 제한됩니다. 그렇기에 특검이 군사시설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면 박 전 대통령도 같은 이유로 청와대를 서둘러 나왔어야 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특검만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했고 박 전 대통령은 사흘째 체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박근혜는 맞고 특검은 틀리다? 이 모순이 바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에서 떠오른 이유입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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