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ㆍ안종범 재판 영향 있지만 제한적
대기업들, 피해자 규정 헌재 결정에 안도
형사적 판단은 별개라 검찰 수사에 촉각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최순실 게이트’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면서 재판을 받고 있거나 검찰 수사를 앞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탄핵심판은 형사적 책임을 묻는 재판은 아니지만 헌재가 인정한 사실관계나 판단으로 미뤄 수사나 재판의 앞날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청와대 문건유출, 최순실의 공직 인선개입, 최씨 지인업체에 납품 특혜를 주도록 현대자동차를 압박한 사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및 최씨 소유의 더블루K를 통한 사익 추구, 특정인의 KT 채용에 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의 재판에서 법원도 헌재 결정문을 참고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헌재가 내린 판단과 다른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구조가 돼버린 셈이다. 하지만 헌재가 형사적 유ㆍ무죄를 가린 것이 아니라 헌법 위배 여부만을 따졌기 때문에 판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뇌물 혐의로 기소된 삼성 측이나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롯데ㆍSK 등 대기업들은 헌재 결정에 대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르ㆍK스포츠 강제 출연과 관련해 ‘해당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문에 기재된 부분 때문이다. 이 문구만 봤을 때는 기업들을 공범이 아니라 피해자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헌재가 뇌물 혐의에 대해선 판단 자체를 안 했기 때문에 재판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해 출범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미르ㆍK스포츠에 출연한 기업들을 ‘강요의 피해자’로 판단했지만 특검은 생각이 달랐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433억원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기소 할 때, 두 재단 출연금도 뇌물액수에 포함시켰다. 또 재단 출연금 이외에 추가로 최씨에게 돈을 건네려 했던 롯데ㆍSK 등도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며 불소추특권이란 장애물을 없앤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 소환이 지연되면서 한숨을 돌린 대기업들은 당분간 검찰의 칼끝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처지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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