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 한국인의 결정을 존중하며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60일 안에 치러질 한국 대선에서도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9일(현지시간) 한국 언론에 보낸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 파면은) 한국민과 민주적 기관이 자국의 미래를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우리는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다른 나라의) 국내 이슈에 대해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토너 대행은 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및 차기 정권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계속 지역 안보의 핵심이 될 것이며,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을 포함해 동맹국의 책임을 계속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너 대행은 이에 앞서 이날 헌법재판소 결정 직전 이뤄진 기자들과의 전화브리핑에서도 “한국의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한미 양국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와 유대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 미국, 중국의 갈등요인으로 떠오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교체되더라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권 교체 등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사드 배치를 한미동맹의 핵심 사안으로 연결시켜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배치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토너 대행은 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다음 주 방한 일정을 강조하면서 “틸러슨 장관이 한국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한국 정부와 생산적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리더십 공백기를 이용한 북한의 도발 등에 대한 대비 태세를 한국 측과 협의할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한미 동맹은 양국 모두의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유지되어 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위원도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 선호하는 정책이 분명히 있지만, 한국 선거에서 특정 정파의 편을 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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