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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GM… 판매기지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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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GM… 판매기지로 전락하나

입력
2017.03.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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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ㆍ크루즈 등 내수시장 부진

미 GM, 유럽 철수로 수출도 타격

해외 생산차량 직수입 전략에

생산 차량 4년 만에 39% 감소

한국지엠(GM)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에선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해외에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유럽시장 철수로 수출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은 올해도 영업이익이 3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생산량마저 감소할 경우 자칫‘제2의 쌍용차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이러다 생산기지가 아닌 판매기지로 전락하는 거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9일 한국GM에 따르면 2월 내수판매는 1만1,227대로 전년 동월대비 1.7%감소했다. 전달에 비해 416대(-3.6%)나 판매가 줄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내수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이다. 주력차량인 말리부도 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8.2% 줄었고, 스파크(-8.7%) 임팔라(-7.2%) 올란도(-15.8%) 등도 판매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연간 9만대 이상 판매하는 아반떼를 넘어서겠다며 내놓은 ‘올 뉴 크루즈’는 품질 문제로 단 6대만 판매됐다. 올해 목표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1만3,000대 늘린 총 19만4,000대로 제시한 한국GM 입장에선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출시 두달만에 이례적으로 크루즈 가격을 모델별로 최고 200만원 내린 것도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방증이다. 크루즈는 그저 한국GM의 총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차량이 아닌 ‘폐쇄설’에 휩싸이고 있는 군산공장을 붙잡을 유일한 대안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군산공장에서 주력으로 생산하던 크루즈, 올란도 등이 단종 또는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현재 공장 가동률이 30%에 불과한 상태”라며 “크루즈마저 판매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할 경우 사실상 생산할 차량이 없게 된다”고 답답해 했다.

문제는 군산공장뿐만 아니라 한국GM에서 생산하는 차량수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력 판매 차종을 국내 생산이 아닌 해외 생산차량으로 교체하면서 국내 생산차량은 2012년 207만대(반조립 수출품 포함)에서 4년만인 지난해 39.1% 감소한 126만대에 그쳤다. 한국GM노조 관계자는 “신차 출시 대신 해외 생산차량을 직수입하는 전략을 펴는 이상 국내 생산 물량이 늘어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GM이 최근 자회사인 오펠과 복스홀을 매각하며 유럽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도 한국GM에는 악재다. 이미 한국GM은 2013년 미국GM이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수익을 보던 해외법인에서 그 해 1,365억원 적자를 본 후 계속해서 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GM이 보유하고 있는 16개 해외법인 중 베트남을 제외한 15개가 유럽 사업부일 정도로 유럽시장에 치우쳐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수출 물량의 40%가 유럽에 집중돼 오펠 매각은 커다란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한국GM과는 어떠한 협의도 없이 결정된 사안이라서 이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수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까지 판로가 막혀 생산 물량 감소가 현실화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다시 주인이 바뀌는 악순환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GM의 오펠 매각도 적자를 보는 회사는 존재 의미가 없다는 내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본사에서도 생산 경쟁력이 떨어지고, 매년 수천억원씩 연구투자를 하면서도 신차 출시 없이 단순 조립공장으로 전락한 한국기지에 대한 사업 재검토가 결국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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