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강의 시간에
“퀴리 부인 모르냐, 장애인 자격 없다”
도우미 학생 가리켜
“거룩한 일 하네… 퀴리 부인 가르쳐라”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 특별보좌역을 지낸 한양대 명예교수가 수업시간에 장애학생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는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학생들 반발이 만만치 않다.
9일 한양대와 학생들에 따르면 이 대학 소속 임모(68) 교수는 7일 한 강의에서 시각장애 학생인 A(22)씨에게 “퀴리부인을 아느냐, 모르면 장애인 자격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 발언을 하기 직전 A씨를 호명하더니 “여러분 이 학생은 장애인입니다. 장애인인데도 배우려고 이 자리에 앉아있습니다”라면서 공개적으로 A씨가 장애인이라는 점을 밝혔다. 학내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매 학기 초 교수들에게 ‘공개적으로 제3자가 있는 강의시간에 장애 사실을 밝히거나 장애학생 존재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당시 수업은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듣고 있었다.
임 교수는 또 A씨와 함께 수업을 듣던 도우미 학생을 일으켜 세우고는 “이 학생은 도우미 학생으로 거룩한 일을 하고 있네. 평생 행복하게 살아라. 그리고 옆에 학생한테 퀴리 부인에 대해 가르쳐라”고 하기도 했다. 당시 수업을 들었다는 학생 B(25)씨는 “장애인 자격을 운운한 것도 문제고, 심지어 도우미 학생을 추켜세우며 퀴리에 대해 가르치라고 한 건 장애인을 낮잡아 보는 말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학교와 학생 측은 임 교수 발언에 공식 대응하기로 했다. 학내 장애학생지원센터는 교수가 소속된 단과대학에 경고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 등을 보낼 예정이고, 총학생회 산하 장애학생인권위원회는 대자보를 통해 임 교수 발언에 대해 정식 문제 제기할 방침이다.
한 학생은 “해당 교수는 학생이 졸았다고 때리거나 여학생들을 향해서는 ‘여자의 매력은 뒷모습이다’거나 ‘누군 예쁜데 너는 별로’라는 말도 서슴지 않아 기피 1순위 교수였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상임특별보좌역으로 활동했다.
임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비하가 아니라) 퀴리 부인을 보고 더 열심히 하라는 취지였고, 도우미 학생에게 퀴리 부인을 가르쳐 주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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