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주변, 경찰 버스 360대 에워싸
검문ㆍ검색 강화 등 극도의 긴장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안팎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선고 당일 경비 최고 등급 ‘갑(甲)호 비상령(전 경력 동원 가능)‘을 예고한 경찰은 헌재 진입 통로는 물론 탄핵 찬반 진영 간 충돌이 예상되는 지점마다 경력을 집중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헌재 관계자는 “청사 내부는 긴장감으로 터질 것 같은 분위기”라며 “보안이 삼엄해졌고, 직원들끼리 복도에서 담소도 잘 나누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청사 내부 경호 담당 경찰관의 순찰 간격을 평소보다 대폭 줄였고, 헌재의 자체 경호 인력도 대폭 늘렸다. 이들의 퇴근 시간도 기존 오후 6시에서 자정으로 다섯 시간이나 늦췄다. 시위대와의 접촉을 가급적 줄이기 위해 선고 당일인 10일에는 재판관을 제외한 헌재 연구관 및 직원 포함 모든 일반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출근 시간도 평소보다 3시간 이른 오전 6시로 앞당겼다.
경찰의 헌재 밖 경비도 대폭 강화됐다. 9일 오전 8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을(乙)호 비상령(가용경력 절반 동원 가능)’을 발령한 경찰은 헌재를 중심으로 지하철3호선 안국역 주변에만 경력 120개 중대(9,600명 상당)를 배치, 경찰버스 360대로 헌재를 둘러싸고 안국역사거리를 중심으로 차벽을 설치했다. 1인 시위 참가자를 제외한 헌재 방향 진행 차량과 양측 시위대의 통행을 차단한 것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 대한 검문검색도 강화했다. 헌재 앞 각 골목에도 경력을 배치했으며 헌재 방향 출구인 안국역 2번 출구 지하계단 앞에도 차단벽을 설치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과격 폭력행위와 집단행동,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위협 등 심각한 법질서 침해 행위가 예견되는 상황”이라며 “헌재 판결을 방해하거나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불법 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처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찬반 양측 진영의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되는 양상이다. 8일부터 3박4일 릴레이집회를 시작한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오후 2시부터 안국역사거리 남쪽 도로(삼일대로) 전 차선을 점거하고 본격적인 압박 행동에 나섰다. 크레인에 설치된 대형스피커에서는 군가와 함께 “탄핵 각하” “국회 해산”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집회에 참가한 정모(70)씨는 “각하 외에는 생각조차 않고 있다. 이후엔 촛불이 망가뜨린 세상을 바로 세우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오후 5시 현재 12만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며 “10일 오전 10시 버스 2,000대가 서울로 올라와 헌재 앞에 집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정문 맞은편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던 ‘박근혜완전탄핵대학생비상농성단’ 회원과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 간에 욕설과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후 7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탄핵인용촉구 긴급행동’ 촛불시위를 개최했다. 집회에 참여한 1만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촛불과 피켓을 들고 “박 대통령 탄핵 인용”과 “황교안 사퇴” 구호를 외치며 헌재 방면으로 행진을 진행했다. 8시20분쯤 종로경찰서 앞에 집결한 참가자들은 약 1시간 동안 정리 집회를 진행하며 헌재의 탄핵안 인용을 촉구했다. 최영준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내일 탄핵이 인용된다면 1차 승리대회를 갖고 그 뒤에 박근혜 대통령 구속과 황교안 권한대행 퇴진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퇴근 후 집회에 참여했다는 직장인 박진형(35)씨는 "내일 이 시간이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 밖으로 나와있을 것"이라며 "헌재가 국민들의 뜻을 잘 헤아려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안국역사거리 부근에서 탄기국 집회 참가자들과 인접하면서 긴장이 고조됐으나 큰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퇴진행동은 10일 오전 9시 헌재 인근에서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를 시청한 후 입장 및 향후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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