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 추천委 중 정부 측 위원
내부 출신 후보 반대
결국 재공모 절차 진행키로
지난해 ‘신ㆍ경(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결정으로 설립 54년 만에 수협중앙회의 우산 아래서 벗어나 올해 독립 은행으로 새 출발하는 Sh수협은행의 첫 행장 뽑기가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간 진행되던 행장 선출 작업이 9일 원점으로 돌아갔는데, 결정권을 쥔 정부와 수협 간의 기싸움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이날 오후 “행추위원들간에 후보자 선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재공모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행추위는 그간 내부 출신인 강명석 현 수협 상임감사를 포함해 금융권 출신 2명, 비금융권 인사 1명 등 총 4명의 후보자와 각각 면접을 진행했습니다만, 결국 선발 절차가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입니다.
2001년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수협은행은 이후 줄곧 관료 출신 등 외부 인사가 행장을 맡아왔습니다. 17년 만에 자율적으로 뽑는 새 선장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커져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행장 선출 불발에는 정부의 반대가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행추위는 ‘정부 추천 위원 3인과 중앙회 추천 위원 2명’ 등 위원 5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간 수협 안팎에선 오랜 관치금융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최근 들어 낙하산 인사에 대한 여론이 더 악화됐다는 점에서 유일한 내부 출신인 강 감사가 유력 후보로 점쳐졌습니다. 하지만 이날 정부 측 위원들이 강 감사 추천에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이런 파행은 예견된 일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작년 5월 수협법 개정 당시, 중앙회와 정부는 행추위원 구성안을 두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중앙회는 ‘중앙회 추천 4인, 정부 추천 3인’을 주장했지만, 정부가 지금 구조대로 법을 개정한 겁니다. 정부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도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 은행장 공모가 끝나기 전부터 낙하산 선임 소문이 퍼지면서 수협 노조가 반대 성명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소문은 이제 의혹으로 번지는 형국입니다. “이번 행장 인사만큼은 주도하겠다”는 중앙회 측과 “수협은행의 변화가 필요해 내부 출신은 안 된다”는 정부 측의 정면 충돌로 당분간 ‘독립 1기 수협은행장’ 선임은 파행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추후 추천되는 후보에겐 누가됐든 ‘낙하산’이라는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높은데, 행장 선임을 최종 확정하는 주주총회에선 단일 주주인 중앙회가 100% 투표권을 갖고 있어 또 다른 대결구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독립 수협은행의 새 출발이 아득해 보여 안타깝습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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