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2시간 전 재판부 8명 모여
각자 의견 밝히고 결론 내려
10시40분엔 확정된 결정문
강일원 재판관이 출력 배부
11시 개정 생중계… 1시간 소요
이정미 대행 낭독 즉시 효력
무려 1만9096명 방청 신청
추첨된 24명만 심판정 입장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최종 결정의 날이 밝았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의 판단에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달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리는 평결을 통해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입을 수도, 탄핵심판을 거쳐 직무에 복귀한 두 번째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 오전 9시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재판관 8명은 오전 9시 청사로 출근한 직후 평의실에 모이게 된다. 재판관들은 이 자리에서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각자의 최종 의견을 밝히는 평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평결은 표결에 부쳐 탄핵 인용 또는 기각의 결론을 내리는 마지막 절차다. 관례에 따라 가장 최근 임명된 조용호 재판관부터 임명 역순으로 의견을 밝힌다. 최고 선임자인 이정미 권한대행은 마지막으로 의견을 낸다.
평결은 인용ㆍ기각ㆍ각하 등 주문에 대한 각자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헌재가 그 동안 대체로 주문 평결 방식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쟁점에 대한 재판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일부 사건의 결정문에는 쟁점마다 각 재판관들의 의견이 담긴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선고를 2시간 앞두고 쟁점 별 평결이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재판부가 탄핵심판 결정 선고일을 지정한 지난 8일 이미 평결을 마쳤을 수도 있다. 이날 이후 재판부 평의 개최 여부에 대해 헌재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이미 평결까지 모두 마쳤다면 이날 오전 평의실에서는 결정문을 꼼꼼하게 검토하며 마지막 점검작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오전 10시
헌재 청사 밖으로는 탄핵심판 결정을 방청하기 위해 일찍부터 나온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설 것으로 보인다. 1만9,096명이 헌재 홈페이지를 통해 방청을 신청했지만, 이 가운데 추첨된 24명만이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게 된다. 경쟁률만 796대1이다. 방청석은 모두 104석이지만 양측 대리인단과 헌재 내부 질서유지 요원, 취재진들로 만석이 됐다.
헌재는 법정 내 위험한 물건 반입이나 허용되지 않은 녹음ㆍ녹화 시도 등을 막기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하는 취재진과 방청객들에 대한 보안ㆍ검색을 한층 강화했다.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고 휴대한 물건을 확인한 뒤 대심판정에 입장하는 데에만 20분 정도 소요된다. 대심판정에 입장한 뒤에는 질서 유지를 위해 선고가 끝날 때까지 퇴정할 수 없다. 다만 법정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사람은 이 소장 권한대행의 명령에 따라 퇴정조치 될 수 있다.
▦ 오전 10시40분
주심 강일원 재판관이 평결을 통해 확정된 결정문을 출력한 뒤 재판관들에게 배부한다. 강 재판관은 이날 평의 시작 전 미리 작성해둔 결정문 초안을 들고 이 자리에 참석할 공산이 크다. 탄핵심판 사건이 헌재에 접수된 직후 꾸려진 ‘탄핵심판 태스크포스(TF)’가 그 동안 작성해둔 쟁점별 연구 보고서 등을 참고한 것이다. 헌재는 옛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당일에도 선고 직전 각기 다른 내용을 담은 결정문 초안 여러 건을 준비해뒀다가 표결 후 즉시 주심 재판관이 결정문을 출력해 대심판정에 입장했다. 미리 평결을 마치고 결정문을 출력해놓으면, 결론이 외부에 유출될 우려를 고려한 조치다.
▦ 오전 11시
재판관 8명이 대심판정에 들어선다. 탄핵심판 사건은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이 권한대행이 “지금부터 2016헌나1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기일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한다. 헌재 심판규칙에 따르면 재판장인 이 권한대행이나 주심 강일원 재판관이 결정서 원본에 적힌 주문을 읽고 결정 이유 요지를 설명하게 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는 결정 이유를 먼저 읽어 이번 사건 역시 전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심판의 결론인 '주문'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또는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문과 다른 의견을 가진 재판관 중 선임인 재판관이 반대ㆍ소수의견을 낭독하게 된다. 이 과정은 약 1시간 가량 소요돼 낮 12시에 종료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파면 혹은 직무복귀는 이 권한대행이 주문을 낭독하는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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