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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배후] 자국 출신 EU 상임의장 연임 반대하는 폴란드 정부 속내는?

입력
2017.03.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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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워 폴란드 총리, 투스크 의장 ‘내정간섭’에 불만

2020년 대권 유력후보 사전 견제설도

베아타 시드워(왼쪽) 폴란드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아타 시드워(왼쪽) 폴란드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6월 임기 만료를 앞둔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연임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투스크 의장의 출신국인 폴란드 정부가 연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폴란드 총리 출신인 투스크 의장과 폴란드 법과정의당(PiS) 정권 사이의 정치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EU 28개 회원국 정상은 9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투스크 의장의 연임을 결정한다. 그러나 정작 출신국인 폴란드는 자국 출신 야체크 사리우스-볼스키 유럽의회 의원을 새 의장 후보로 내세우며 투스크 의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시드워 총리는 EU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투스크 의장은 여러 차례 폴란드 정부의 주권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렸고 반정부 투쟁을 유도해 정부를 뒤엎으려 했다”며 의장의 의무인 정치적 중립성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회원국 정상 대부분이 연임을 지지하고 있어 폴란드의 반대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폴란드 정부의 투스크 의장 연임 반대는 EU 자체보다는 폴란드 내부 정치투쟁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시드워 총리와 PiS는 2015년 10월 총선으로 집권한 이래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축소하고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개정을 추진해 왔다. 시민연단(PO) 등 야권은 집권당이 권력분립을 훼손한다며 반발했고, 2016년 12월에는 수도 바르샤바에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EU 역시 폴란드의 ‘권력분립 훼손’을 우려하며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했다. 투스크 의장은 “폴란드의 집권세력이 헌정가치와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길 바란다”는 발언으로 사실상 반정부 측에 섰다. 이에 시드워 총리 등은 “EU는 폴란드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PiS가 2020년 대선에 앞서 유력후보인 투스크 ‘김빼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투스크가 의장직을 연임하면 2019년 말 두 번째 임기가 끝나고 귀국해 대선에 도전할 것이 유력하다. 최근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차기 독일 총리로 떠오르는 등 EU 고위직 출신 정치인의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PiS가 사전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PiS 대표와 투스크 의장 사이의 정치적 원한 관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친스키 대표는 2007년 총선 당시 투스크가 이끌던 시민연단에 패해 총리직을 내놓은 바 있다. 유럽연합을 무대로 사실상 폴란드의 정치게임이 불붙은 것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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