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2승으로 순항 중인 일본은 무려 4년전인 2013년 10월에 고쿠보 히로키(46) 감독을 대표팀 전임 사령탑에 선임했다. 그러나 2015년 11월 열린 프리미어12에서 한국에 뼈아픈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켰다. 당시 일본은 한국과 준결승에서 8회까지 3-0으로 앞서다 9회 4점을 내주는 대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일본은 고쿠보 감독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첫 대회의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이번 WBC, 나아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중장기 우승 플랜을 위한 전임 감독 선임이었기 때문이다. 고쿠보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한국전 패배는 내 탓이다. 무거운 패배지만, 여기까지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아닌 가. 패배를 잊지 않기 위해 한국전에서 진 다음 날 신문을, 서재에서도 잘 보이는 자리에 두고 있다"고 말하며 와신상담했고, 그 결과 이번 대회에서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불참했음에도 도쿄돔을 가득 메운 홈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있다.
반면 김인식(70) 감독이 1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은퇴’를 시사한 한국은 끊임없이 전임 감독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입장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결국 대회에 임박해서 또 다시 ‘노 감독’에게 의지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이번 대회 전까지는 전년도 KBO리그 우승팀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을 맡기로 하는 고육지책을 써 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궜던 조범현(57) 전 kt 감독이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류중일(54) 전 삼성 감독 등 소속팀의 성적에 재계약 여부가 달려 있는 프로팀 감독으로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KBO가 전임 감독 선임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야구가 축구처럼 국가대항전이 자주 열리는 종목이 아니며 국제대회도 많지 않다는 이유, 또 감독 처우의 문제 등이었다. 내년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올림픽에 이어 다시 2021년 WBC로 이어져 앞으로 매년 굵직한 국제대회가 치러진다. 아마추어야구와 통합관리하고 있는 일본처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새로 출범한 만큼 양기구가 협의해 대표팀을 일원화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일회성으로 구성돼온 남자농구대표팀이 지난해 말 허재(52) 감독을 전임감독으로 선임한 것도 좋은 롤모델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대표팀의 시스템 정착을 위해 2019년 2월까지 허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겼다.
재야의 경쟁력 있는 전임감독 후보는 충분하다. 대표팀의 선동열(54) 투수코치나 류중일ㆍ조범현 전 감독 등이다. 어떤 식이 됐든 이제 김인식 감독은 그만 찾아야 할 때가 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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