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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농대 출신 성공신화, 대기업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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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농대 출신 성공신화, 대기업 안 부럽다

입력
2017.03.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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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학과 나온 30대 유화성씨

마•우엉 재배해 연간 136억 매출

졸업생 평균 소득 9000만원

일반 농가 2.4배, 근로자의 1.6배

한농대 정원 확대 등 추진

경북 안동에서 마와 우엉을 생산ㆍ판매해 매출 100억원 신화를 쓴 유화성 부용농산 대표. 한국농수산대학 제공
경북 안동에서 마와 우엉을 생산ㆍ판매해 매출 100억원 신화를 쓴 유화성 부용농산 대표. 한국농수산대학 제공

“고향 땅에서 농사로 연간 100억원도 넘는 매출을 올렸다고 하니 도시로 나간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하면서 귀농에 대해 물어봅니다.”

경북 안동시에서 마와 우엉을 재배ㆍ가공ㆍ판매해 지난해 136억원의 매출을 올린 유화성(34) 부용농산 대표는 9일 이렇게 말했다. 30대 중반에 직원 60여명을 둔 어엿한 기업의 대표가 된 그는 사실 3년제 국립 전문대인 한국농수산대학(이하 한농대) 출신이다.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2004년 졸업 후 부모님이 하던 부추 농사를 물려 받아 만두 제조 공장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쓰레기 만두’ 파동이 터지며 실패의 쓴 맛을 봐야 했다. 재기를 결심한 유씨는 대학 전공(채소학) 지식 등을 바탕으로 안동에서 잘 자랄만한 마와 우엉을 택했다. 유씨는 “안동은 낙동강을 끼고 있어 물이 풍부하고 모래가 고와 뿌리 작물이 잘 자란다”며 “처음엔 초보 농부여서 상품성이 좋지 않았지만 도매시장 대신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알뜰마’, ‘알뜰우엉’으로 이름 붙여 팔기 시작한 게 점차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사업이 번창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학 시절 10개월 간 농가에서 현장 실습을 한 덕도 컸다. 유씨는 “2학년 때 선진 영농 현장에서 유통 흐름을 익히고 영농 기업을 안정적으로 경영하는 법을 어깨 너머로 배운 게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탈피, 직접 공장을 세우고 자체 유통망을 위해 온라인 쇼핑몰까지 개설했다. 이런 과정에서 절감된 비용을 다시 작물 생산에 투자,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한농대 출신 문범석(23)씨도 전남 여수시에서 한려영어조합법인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CEO)다. 15명의 직원들과 함께 60만㎡의 양식장에서 홍합과 굴을 생산, 매년 30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0년 채소학과를 졸업한 허정수(28)씨는 전북 김제시에서 토마토 유리온실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 농법을 적용, 눈길을 끌고 있다.

한농대가 졸업 후 의무영농기간(6년)을 이행하고 있는 졸업생 1,8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2015년 소득은 평균 9,000만원이나 됐다. 이는 같은 해 일반 농가 소득(3,722만원)보다 2.4배 많고, 도시 근로자(5,779만원)보다도 1.6배 큰 것이다. 조사 대상인 9개 학과 중 중소가축학과 평균 소득이 1억9,904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축산학과(1억9,491만원) 수산양식학과(1억4,428만원) 대가축학과(1억2,285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축산 분야 졸업생들은 전체 졸업생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농촌이나 어촌으로 간 청년들의 성공 신화가 이어지며 농어업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9.8%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은 2년 연속 22%다. 정부도 농어촌을 극한에 다다른 취업난을 해결할 '해방구'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농대 정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충북 보은자영고, 전남 호남예원고, 강원 홍천농고도 현장 실습 중심 농업 직업 교육을 실시하는 '농업선도고교'로 개편했다. 13개 농업전문대학을 지역마다 설립한 네덜란드 모델도 참조하고 있다. 김남수 한농대 총장은 “2018학년도엔 입학 정원을 80명 더 늘려 550명의 신입생을 뽑아 지역 경제를 책임질 일꾼으로 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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