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무슬림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용 히잡을 출시한다. 히잡은 이슬람 여성이 신체를 감추기 위해 착용하는 전통 의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한국시간) 나이키가 아랍 출신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무슬림 선수를 위한 ‘프로 히잡(Pro Hijab)’을 출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는 이집트 비치발리볼 선수들이 ‘부르키니(부르카+비키니)’를 입어 큰 화제가 됐다. 보통 비치발리볼 선수들은 비키니를 입는 게 일반적이지만, 아랍권 여성들이 종교적 전통에 따라 몸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 형태를 띤 비키니를 입은 것. 이후 프랑스 남부 도시 니스와 칸 등에서 부르키니를 금지해 종교 차별과 여성 인권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자칫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나이키의 히잡 운동복은 공교롭게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에 발표됐다. 히잡 운동복이 여성을 억압하는 운동복이 아닌,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한 방법이라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중동 여성 의상을 ‘억압의 상징’이라 단정하는 것은 절반의 시각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슬람 국가 안에서는 여성의 신체를 가리는 의상이 여성을 구속하는 장치로 사용됐지만, 이슬람 국가 밖으로 갔을 때는 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히잡 운동복이나 부르카 수영복은 무슬림 여성 운동선수에게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히잡 운동복은 중동 스포츠 시장 진출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중동의 여성 스포츠 시장은 잠재력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NYT에 따르면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이집트 여성 선수는 37명으로 이집트가 1912년 올림픽에 출전한 이래 최고다. 지난달 27일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 보고서는 무슬림이 현재 세계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29.7%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나이키 등 스포츠브랜드뿐 아니라 돌체앤가바나, 버버리, DKNY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도 무슬림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극복해야 할 문제는 인권 문제가 아닌 실용성이다. 두바이 여성 육상선수 마날 로스톰은 NYT와 인터뷰에서 “히잡은 야외에서 훈련을 하거나 장거리를 뛸 때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이를 위해 가볍고 신축성이 높은 소재로 히잡 운동복을 만들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오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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