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 이상한 사람들
미겔 탕코 글,그림ㆍ정혜경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40쪽ㆍ1만2,000원
세상에 이해 못 할 일이란 없다고 믿던 때가 있었다. 용서할 수는 없을 지라도 이해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을 먹으면 시간을 들이면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될 거라고 믿었다. 교만했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납득이 안 가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으니 외워지지도 않아서 마주칠 때마다 새록새록 놀라운 사람들, 내 빈약한 상상력을 코웃음 치며 가뿐하게 뛰어넘는 ‘아주 이상한 사람들’이 꽤 많다. 요 몇 달 사이에 뼈아프게 깨달은 사실이다.
웬만해선 이상해 보일 리 없는 시절이라 그런지 미겔 탕코의 그림책 ‘쫌 이상한 사람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째 ‘쫌’은커녕 눈곱만큼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발밑의 개미를 밟지 않으려고 마음 쓰는 사람, 무리에서 겉도는 외톨이를 얼른 알아채고 다독이는 사람, 상대편의 승리를 축하해줄 줄 아는 사람, 객석이 텅 비었다면 자신을 위해 기꺼이 연주할 수 있는 사람, 남과 다른 길 가기를 망설이지 않는 사람, 나무에게 고마워할 줄 알고, 남을 웃기기 좋아하고, 다른 이의 행복을 함께 기뻐하는 사람…
하얀 종이에 가느다란 펜으로 오밀조밀 그려낸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매우 평화로워 보인다. “쫌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은 곧바로 소수집단,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을 떠오르게 하지만, 작가는 대비나 비교를 통해 다름을 드러내거나 갈등 상황을 연출하려 애쓰지 않는다. 다만 꼬물거리는 선과 따뜻한 노랑, 시선을 모으는 파랑의 경쾌한 조화 속에서 강아지를 토닥이는 살가운 손에 우람한 팔뚝과 문신을, 메롱 하고 혀를 빼문 얼굴에 근엄한 옷차림을 선사하며 미소를 자아낼 뿐이다.
이런 천연스러움은 반어법의 증거일 테니 차라리 이 책은 사람 예찬이라고 보아야겠다.
달콤하고 선선한, 가벼운 농담 같은 이 그림책은 사람에 지치고 사람에게 실망한 이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그래도 사람을 믿어보라고. 세상에는 아주 작은 것에도 마음을 쓰는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작고 약한 존재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이들,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이들, 자신을 존중하기에 다른 이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존재들 말이다. 음, 조금은 위안이 된다.
최정선ㆍ어린이책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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