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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국, '야구 강국'은 옛 말... "실력에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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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국, '야구 강국'은 옛 말... "실력에서 졌다"

입력
2017.03.0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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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식 감독. /사진=연합뉴스

[고척돔=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상대와 실력 차이가 분명히 난다."

김인식(70)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의 한 마디는 현재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다. '야구 강국'을 자부해왔지만 상대팀들과의 격차를 여실히 느낄 수밖에 없을 만큼 실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WBC에서 드러났다.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과 1라운드 A조에 속한 한국은 '적어도' 2승1패를 기대하며 2라운드 진출을 예상했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대표팀은 6일 이스라엘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1-2로 졌고, 7일 네덜란드전에서는 0-5로 패했다. 두 경기 모두 이렇다 할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내줬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8일 네덜란드가 대만을 꺾으며 2승째를 올려 한국은 결국 2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 김인식 감독은 네덜란드전 패배 후 "실력 차이가 분명히 난다"고 말했다. 투·타 가릴 것이 없었다. 대표팀은 2경기에서 19이닝 동안 1득점에 그칠 만큼 답답한 타격을 했다. 이순철(56) 대표팀 타격코치는 타선 부진에 대해 "실전을 많이 치르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 투수가 힘 있는 볼을 던지자 타이밍이 늦었다. 자신의 히팅 포인트가 밀리면서 헛스윙이 되고, 안 맞자 당황하면서 중압감까지 생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손아섭(29·롯데)은 "스트라이크존이 넓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칠 만큼은 아닌 것 같다"며 "(성적이 좋았던) 이전 대회들과 비교해 달라진 건 '결과' 뿐인 것 같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대표팀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까지 4회 연속 국제 대회에서 뛴 손아섭 역시 상대의 '실력'에 주목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상대팀들이 강했다. 워낙 상대 투수들이나 수비가 좋고, 잘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타선이 무기력하게 당하는 사이 마운드도 고전을 했다. 김인식 감독은 "투수 차이가 컸다. 상대팀들과 투수들의 구속이 시속 6~7km는 차이가 있었다. 150km대의 공을 낮게 던질 줄 알더라. 그냥 똑바로 오는 공도 없었다"며 한숨을 삼켰다.

여기에 대표팀 투수들은 대회 직전까지 공인구 적응에 부담을 드러냈다. WBC에서는 KBO리그 단일구보다 크고, 실밥이 덜 도드라져 있는 미국 롤링스 제품을 공인구로 사용한다. 우규민(32·삼성)은 마지막 공식 훈련 때까지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드러냈다. 주장 김재호(32·두산)는 "투수들이 공인구 때문에 부담감이 있어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KBO는 지난 1월11일 대표팀 예비 소집일에 공인구를 선수들에 전달했지만, 공은 손에 익지 않았다. 대표팀은 이스라엘전에서 9개의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고,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는 홈런 2개를 허용하는 등 불안감을 계속해서 노출했다.

이번 '참사'로 현실을 본 만큼, 이제는 세계 수준에 맞추기 위해 재정비를 해야 한다. 김 감독은 "네덜란드 내야수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나 조너선 스쿠프(볼티모어)의 수비를 보라. 포구 후 송구 동작이 빠르고 간결하다"며 "어릴 때 캐치볼을 하는 것부터 챙겨야 한다. 하루 아침에 될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고척돔=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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