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권자 윤장현 시장 “후보자 3명
참신한 전문가 아냐” 재추천 요구
공공기관 인적 쇄신 작업 ‘삐걱’
일각선 “입맛 맞는 사람 찾나” 반발
광주시도시공사가 지난달 말부터 진행해 온 사장의 공모 절차 진행 결과 적격 후보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재공모를 추진하기로 했다. 도시공사는 지난달 20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한 공고 및 접수, 서류심사, 면접 등을 거쳐 사장 후보자 3명을 임명권자인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추천했으나 윤 시장이 재추천을 요청해 와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지방공기업법 시행령에서 임명권자인 자치단체장은 임원후보가 공사 경영에 현저하게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추천위원회에 임원 후보의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도시공사는 사장 후보추천위원회 면접(6일)을 통해 현 광주시감사위원회 상임감사위원과 현 공사 임원 2명을 후보자로 선정한 뒤 7일 윤 시장에게 추천했다.
그러나 윤 시장은 이들 최종 후보자들이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낙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인적 쇄신을 통해 시정의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겠다”며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장들(9명)의 일괄 사표를 받아냈던 명분과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도시공사 측에 사장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한 데는 윤 시장이 후보자로 추천된 3명을 참신한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공모 진행을 놓고 시와 도시공사 안팎에선 적격자 채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인적 쇄신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공사 임원들이 사장 공모에 참여한 데다, 이들이 이사회의 후보추천위원 안건 심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도덕성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은 탓이었다. 일각에선 “이번 응모자 중엔 윤 시장이 임명할 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기도 했다.
도시공사가 사장 재공모를 추진키로 하면서 윤 시장의 인적 쇄신 작업은 삐걱댈 수밖에 없게 됐다. 벌써부터 시청 주변에선 “뚜렷한 이유 없이 공모를 백지화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특히 윤 시장의 말 한 마디에 공모 및 후보 추천이 백지화하면서 심사 및 검증 과정에 대한 신뢰도 추락도 불가피하게 됐다.
최종 후보자 중 1명이었던 A씨는 “인적 쇄신을 위한 공모제라고 해서 관련 절차를 거쳤는데, 능력이 아니라 참신성 부족이라는 황당한 이유를 대며 적격자가 없으니 재공모를 한다고 하면 누가 신뢰를 하겠느냐”며 “윤 시장이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겠다는 의도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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