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9일 일명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지난 4일까지 19차례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1,5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광장에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동안 탄핵열차는 묵묵히 종착역을 향해 달려 왔다. 인용이냐 기각이냐, 역사적 선고를 앞둔 광장은 지금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다.
뜨거운 촛불의 파도는 수많은 기록을 남겼고 수치로 환산된 국민의 분노와 열정, 평화 의지는 그 자체로 기적이 됐다. 열아홉 번의 촛불집회를 통해 우리가 이뤄 낸 기적을 돌아봤다.
전국의 광장에서 분출된 에너지의 총량은 1,261MW(메가와트)에 달했다. 촛불 한 개의 에너지가 80W(미국표준기술연구소 ‘양초 불꽃의 특성’ 보고서 기준)이고, 연인원 1,577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집회에 나와 촛불 한 개씩 밝혔을 것을 가정해 추산한 수치다.
이는 6월 해체 예정인 고리원전 1호기 순간 발전량(587MW)의 약 2배, 팔당댐(120MW)의 10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다. WBC가 열리고 있는 고척스카이돔의 최대 소비전력량(9,000KW)보다는 140배 크고, 노트북 3,155만대의 소비전력량(대당 40W)과도 맞먹는다. 마력으로 환산하면 보잉 747기 17대의 엔진 최대 출력(대당 10만 마력) 또는 170마력짜리 중형차 1만대의 최대 출력에 해당하는 힘이 광장에 결집했음을 알 수 있다.
261km
가족 또는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행진한 거리는 얼마나 될까. 19번에 걸쳐 누적된 총 행진 거리는 261.4㎞로 우연찮게도 청와대에서 경북 성주군 사드(THAAD) 부지까지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주행 거리(약 260㎞)와 비슷하다. 법원이 청와대와 직선거리 100m 지점까지 행진을 허용한 점도 역사에 남을 기록이 됐다.
24:319,500
연인원 1,332만명이 참가한 광화문 촛불집회에 경찰 31만 9,500명이 동원됐다. 수많은 군중과 경찰이 19차례나 조우하는 동안 연행자는 24명에 불과했고 모두 사법처리 없이 석방됐다.
29.1℃
가을에 시작해 겨울을 지나 봄의 문턱까지 오는 동안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옷차림도 달라졌다. 19번의 낮과 밤,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의 차이는 무려 29.1℃였다. 낮이 가장 포근했던 날은 4차 집회가 열린 지난해 11월 19일로 18.6℃, 가장 추운 밤은 영하 10.5℃를 기록한 1월 14일 12차 집회로 기억됐다.
1,244t
집회를 마친 시민과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광화문 일대에서 수거한 쓰레기 총량은 1,244톤, 쓰레기 봉투 2만8,280장(100ℓ기준) 분량에 달하는 양이다.
1,151%
대통령 탄핵이 이슈가 되면서 헌법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설명하거나 개헌 이슈를 다루는 헌법 관련 도서 판매량도 급증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9월 20일부터 지난주 말까지 판매된 헌법 관련 서적은 8,949권으로 715권이 팔린 1년 전 같은 기간(2015년 9월 20일~2016년 3월 5일)에 비해 1,151%나 늘었다. 특히, 촛불집회가 절정을 이룬 지난해 12월엔 1년 전 동기보다 3,122.5%나 판매량이 폭증했다. 교보문고의 경우도 같은 기간 헌법 관련 도서 판매량이 789% 증가했다. 예스24 마케팅 관계자는 “촛불집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의 가치가 공유되면서 헌법 관련 서적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권도현 인턴기자
그래픽 = 강준구기자 wldms461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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