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근로자 시중노임단가 8329원
공공기관 절반 이상 안 지켜
경영 평가에 적용 여부 반영 등
정부, 관행 개선 위해 대책 강구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 여부
평가 배점 겨우 0.4점에 불과
예산 지원도 없어 실효성 의문”
환경 미화 노동자 김모(59ㆍ여)씨가 일하는 곳은 수도권의 한 공공기관이다. 그러나 김씨의 소속은 이 기관이 청소용역계약을 맺은 외주업체다. 매일 8시간(오전6시~오후4시)씩 한 달에 평균 25일이나 청사 구석 구석을 청소하지만 시간 당 벌이는 6,500원에 불과하다. 각종 수당을 포함해 한 달에 받는 돈은 170만원 안팎이다. 김씨는 “토요일 연장근로수당(30만원)을 빼면 실제로 월급은 140만원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조합원 240여명과 함께 최저임금(6,470원)이 아닌 시중노임단가(8,329원)에 최저 낙착률(87.995%)을 곱한 ‘공공부문 최저임금’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관은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노임단가란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경비직 등 단순노무 종사원의 평균 노임을 일컫는다. 정부는 2012년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서 공공부문이 용역 근로자를 고용할 때에는 시중노임단가에 최저 낙찰률(87.995%)을 곱한 금액 이상인 ‘공공부문 최저임금’을 주도록 했다. 올해는 이 금액이 7,329원(시중노임단가 8,329원x87.995%)이다. 그러나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은 강제조항이 아닌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공공기관들이 지키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2015년 375개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4.5% 기관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공공부문 용역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지침이 공공기관에서도 지켜지지 않자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공공기관에 경영 평가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총 119개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201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선 용역근로자의 임금을 산정할 때 일반 최저임금이 아니라 ‘공공부문 최저임금’을 주는 지를 따지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여부’(0.4점) 항목이 신설된다. 또 ‘전략기획 및 기관혁신’(5점) 항목 내 평가참조 지표였던 ‘사회적 책임’ 부문을 2점짜리 별도 평가 항목으로 분리,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 등에 대한 평가를 강화한다. 경영평가는 정부가 매년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의 경영관리와 주요 사업실적을 평가해 등급(S~E)을 매기는 제도로, ‘저등급’ 기관은 인사ㆍ예산ㆍ성과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설 경영평가 항목을 토대로 공공부문이 사회적 약자에 적절한 수준의 노동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기관들이 일반 최저임금보다 시간당 최소 1,000원 가량 높은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예산 뒷받침이 필수”라며 “예산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경영평가에 점수만 조금 반영한다고 관행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기업의 한 실무자도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여부’ 항목은 배점이 0.4점에 불과해 파괴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비용감축 등 경영 효율화를 절대 선(善)으로 여기는 경영평가 때문에 그 동안 공공기관들이 외주화를 통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확대해온 것”이라며 “그런 경영평가로 다시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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