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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가린 탈북단체 ‘천리마민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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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가린 탈북단체 ‘천리마민방위’

입력
2017.03.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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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위간부 “그림자 같은 존재

승용차ㆍ비행기 등 빈틈없는 준비”

‘천리마’ 탈북민엔 부정적 단어

탈북사회ㆍ통일부도 “금시초문”

천리마민방위 홈페이지 캡쳐.
천리마민방위 홈페이지 캡쳐.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부친 피살 사건 이후 행적이 묘연하다 8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생존 신고를 했지만, 그의 도피를 도왔다는 ‘천리마민방위’라는 단체는 여전히 베일에 감춰져 있다. 그간 탈북 사회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이 단체가 김한솔의 도피를 도왔다는 점에서 실체를 두고 여러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천리마민방위는 3일 홈페이지(http://www.cheollimacivildefense.org) 개설 후 8일 오전 5시 27분에 김한솔 유튜브 동영상과 단체 소개글을 올렸다. 홈페이지 서버의 위치는 남미의 파나마다. 이를 보면 김한솔 동영상을 올리기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으로 보인다.

천리마민방위는 홈페이지에서 “탈출을 원하시거나 정보를 나누고 싶은 분은 우리가 지켜 드리겠다”며 “여러 북조선 사람을 벌써 도와온 우리는 어떤 대가로 바라지 않는다”고 소개해 자신들이 탈북 지원 단체임을 명시했다. 이 단체는 특히 “(김한솔 외에) 북조선 사람도 요청을 해와 탈출을 여러 번 실행했다”며 그간 비밀리에 탈북 지원 활동을 해왔음을 드러내고 있다. 탈북을 도와준 북한 간부로부터 받은 편지로 보이는 ‘북조선 고위간부로부터’라는 글에서 해당 인사는 “당신들은 형체가 없는 신비한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며 “저의 개인 손전화 번호를 안 것부터 탈출 과정에서 신속하게 동원시켰던 고급 승용차, 비행기까지 당신들의 열정과 빈틈 없는 준비는 매우 놀라웠다”고 적었다. 이 인사는 “처음 연락 왔을 때 솔직히 많은 의심을 했었다”며 “단체 이름도, 업적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또 굳이 알 필요도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통일부를 포함해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천리마민방위’라는 단체 이름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이들이 실제 탈북 지원 활동을 해왔다면 진짜 단체 이름은 숨긴 채 ‘가명’ 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가명이라 하더라도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천리마’라는 명칭을 택한 것이 의아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천리마 운동은 1950년대 시작된 북한의 노동강화 및 사상개조 운동으로, 당에 대한 맹목적 충성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영화제작사 소니를 해킹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단체 이름도 ‘은둔의 천리마’였다. 김정아 통일맘연합 대표는 “천리마는 ‘수령과 당을 위해 천리를 한 걸음에 달릴 정도로 목숨을 바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탈북 단체들은 결코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방위’라는 단어도 북한에서 사용되지 않는 용어여서 명칭부터 상당히 어색한 조합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 단체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은 채, 고급 승용차와 비행기까지 동원할 정도의 탈북 지원 능력을 갖고 있다고 소개한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대목이다. 한 탈북단체 회원은 “그 얘기가 사실이라면, 민간 단체가 할 수 있는 역량이나 규모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보 기관과 연계된 단체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천리마민방위’ 단체의 실체에 대해 “파악중이다”는 입장만 밝혔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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