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평생대학원 학생임원
자격박탈 앙심, 회장 명예훼손
서울대 평생대학원 최고위과정을 최근 졸업한 A(63)씨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만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난다. 동기생 56명이 소소한 소식을 주고받기 위해 만든 대화방에 지난해 8월부터 송모(66)씨가 “(A씨가) 회비를 횡령하고 있다”는 식의 허위 글을 올리기 시작했던 것. 다른 동기들이 그만하라고 말려도, 글은 멈추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올라왔다. 참다 못한 A씨는 있지도 않은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송씨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A씨는 작년 초 학기 시작과 함께 송씨를 알게 됐다. A씨가 마침 동기모임 회장을, 송씨가 감사 역할을 맡으면서 재무를 맡은 B씨 등과 자주 어울렸다. “다달이 일반 동기생 10만원, 임원 30만~50만원씩 걷은 회비를 관리하면서 서로 친해진 것 같다”고 경찰은 말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송씨가 회비를 내지 못하면서 이들 사이에 문제가 불거졌다. 송씨는 작년 8월부터 임원진에서 제외됐고, 당연히 회비 운영 권한도 잃었다. 이후 송씨는 “3,400만원에 달하는 학우회비를 횡령하고 있다” “물건을 싸게 사놓고는 비싸게 산 것처럼 꾸몄다” “학우들의 약점을 잡고 고소해 합의금을 뜯어내고 있다” 등의 허위사실을 카톡 대화방에 유포하기 시작했다. 말리는 동기들을 향해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송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비방을 멈추지 않았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360차례에 걸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송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발생한 명예훼손으로 구속까지 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면서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인 고통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범죄”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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