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먼 거리인지 얘기 안해”
항공사 “설명했지만 발권 요청”
제주국제공항에서 항공기 탑승시간에 쫓겨 빠른 속도로 이동해 항공기에 탔던 69세 할머니가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8일 티웨이항공사와 할머니의 가족 등에 따르면 6일 오후 6시15분 제주 출발 무안행 항공기를 탑승하기 위해 최모 할머니와 딸, 며느리 등 3명이 6시쯤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탑승수속은 항공기 출발 20분전인 오후 5시55분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이에 최 할머니 일행은 항공기 탑승을 요청했고, 항공사 측은 최 할머니가 공항 2층 탑승구까지 빨리 이동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항공권을 발권했다.
공항 3층 보안검색대 인근에 기다리던 최 할머니는 보안검색을 거쳐 2층 대합실로 내려와 항공기 탑승구인 1A까지 뛰다시피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에 따르면 보안검색대에서 탑승구까지 거리는 200∼250m로 확인됐다. 탑승구를 통과한 최 할머니는 가까스로 6시13분쯤 항공기까지 운행하는 버스에 올랐지만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평소 천식을 앓고 있던 최 할머니는 버스에서 천식 흡입기를 사용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기내에 탑승한 후 최 할머니의 상태는 더욱 악화돼 의식을 잃었고, 승무원의 심폐소생 등 응급조치 후 공항구급대에 실려 제주시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위독한 상태다.
담당 주치의는 “최 할머니는 천식발작에 따른 호흡곤란으로 심정지가 왔고,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이어졌다”며 “천식환자인 경우 무리하게 뛰거나 하는 것은 천식발작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 할머니 가족측은 “동행했던 항공사 직원이 탑승구까지 뛰어서 빨리 가야 된다고 말해 정신없이 이동했다”며 “탑승구까지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미리 말해줬다면 탑승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티웨이측은 “발권과정에서 최 할머니가 천식환자인 것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행에게 탑승구까지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있고, 늦게 도착하면 항공기에 탑승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전달했지만 발권을 요청했다”며 “또 일행과 뒤떨어진 최 할머니를 직원이 부축해 탑승구로 이동했다”고 가족들과는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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