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한 데 이어 사드 배치를 전격 추진하는 걸 보고 국민들은 놀라고 걱정한다. 황 대행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어 있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법과 현실상 불가피하게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해야 하는 모순된 현실 아래서 황 ‘과도’내각체제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황 대행의 최근 행보는 그가 대통령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황 과도내각의 사드 배치 전격 추진은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우선 황 과도내각이 민감하고 논란이 큰 문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할 자격도 필요도 없다는 점이다. 시간과 정황 측면에서 보아도 사드 배치 지역주민 설득과 부지조성 작업이 크게 미비하다. 국정농단 규명과 이후 정국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점도 그렇다. 이런 틈을 탄 미 국방당국 및 군산복합체의 사드 전격 배치는 대북 제재와 극우보수층 결집에 골몰하는 황 대행의 이해와 일치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또 사드 배치가 정말 북한 핵미사일 억지에 유용한지, 그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북한은 조용한데 중국이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름지기 안보정책의 ABC는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다양한 정책수단을 균형있게 전개하는 자세이다. 주는 목표이고 객은 수단이다. 목표에는 확고하되 수단은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 황교안 과도내각은 어떤가?
첫째, 황 과도내각의 안보정책은 과도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사드 배치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가 하고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야당은 황 대행과 극우보수세력의 정치적 음모까지 제기할 정도다. 황 대행은 정치, 경제, 민생에 비해 안보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고 그 대응이 발 빠르고, 나아가 합리적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과도하다는 것이다.
둘째, 황 과도내각은 안보정책의 주객을 전도시키고 있다. 안보정책의 목표인 평화와 안정을 잊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포함해 황 대행의 발언에는 억제, 타격, 제재, 강력 등 강경 일변도의 정책수단만 언급할 뿐 그 목표는 말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듯이. 대화와 지원 따위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황 과도내각이 강경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자세는 유연한 정책 구사 원칙과 배치되고 한반도를 더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셋째, 황 과도내각의 안보정책은 안보지상주의로 불릴 정도로 종합적인 안목이 결여되어 있다. 황 내각은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하는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안이한 태도를 보여왔다. 보복이 삼성 반도체와 현대 자동차로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황 과도내각의 무대책에는 중국의 반응에 대한 잘못된 예측과 함께 안보를 위해서는 경제적 희생이 불가피하는 인식이 작용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은 국가이익과 국가안보에 대한 몰지각한 처사다.
과도한 안보정책은 안보지상주의와 친화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원인과 결과다. 안보지상주의의 제1원인은 세계를 친구와 적으로 나눠 적을 쳐부수는 것을 선으로 보는 신념에 있고, 제2원인은 안보를 증진하는 수단으로 군사무기만 있는 줄 알고 대화, 지원, 교류 등을 활용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를 이은 황 내각은 북한을 압박, 붕괴시키는 걸 안보정책의 전부로 생각하는 듯이 행동한다. 조류독감, 고실업, 저성장, 양극화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하는 무능을 북한 제재, 사드 배치, 한미동맹 등 안보 이슈로 덮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특징을 보이는 황 과도내각의 과도한 안보 드라이브는 안보를 훼손하는 역설적 상황을 연출해내고 있다.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주변국들과 갈등을 늘리고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중자애도 국익에 이로운 경우가 있으니 바로 지금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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