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동하면 영업에 지장 이유
시설 운영업체 5명 영장 신청
지난달 화재로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부속상가 내 소방설비가 개장 이후 6년여 간 사실상 꺼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를 초래한 산소절단 작업 때는 스프링클러 배수관에 물조차 없는 상태였다. 오작동으로 인한 영업손실 등이 우려된다며 관리업체와 작업자들이 작동을 멈춰놨기 때문이다.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이런 사실을 확인,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시설운영업체 관계자 정모(45)씨 등 5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산소절단 작업 보조자 등 7명과 관련 업체 3곳(법인)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결과 부속상가 내 소방시설은 2010년 9월 개장 이후 화재 당일까지 6년5개월여 간 대부분 꺼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에는 불꽃ㆍ연기 등을 감지해 상가 전체에 사이렌을 울리는 ‘지구경종’, 비상방송, 방화셔터, 급ㆍ배기팬 등 14가지 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지구경종은 2,336일 ▦비상방송 2,332일 ▦방화셔터 2,179일 ▦급기팬 2,118일 ▦배기팬은 2,033일이나 꺼져 있었던 것으로 방재시스템 전산기록 분석결과 드러났다. 애초 “산소절단 작업을 앞두고 정지시켰다”는 시설관리업체 관계자의 진술이 허위였던 셈이다.
경찰은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는 밝혀내지 못했으나, 시설운영업체 관계자 대부분이 알고도 방치했다고 전했다. 오작동으로 인한 고객 불안감 확산, 영업손실 등을 우려한 때문이었다고 한다.
또 불이 난 점포 놀이시설 철거업체는 자격이 없음에도 소방시설 철거ㆍ설치 공사를 했고, 스프링클러 배수관의 물을 뺀 상태에서 산소절단 작업을 해 초기 진화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소방점검 업체는 대부분의 방재시설이 꺼진 상태를 인지하고도 이를 누락한 보고서를 관할 소방서에 보고했다. 24년이나 된 소화기가 건물에서 나왔지만 ‘교체’ 조치 등도 내놓지 않았다.
최고 66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인 메타폴리스(주거 4동ㆍ상가 2동)에서는 지난달 4일 오전 10시58분쯤 상가동(B구역) 3층 놀이시설(264㎡)이 입주했던 점포에서 화염이 치솟아 이씨 등 4명이 숨지고 48명이 부상했다. 당시는 놀이시설 운영업체가 철수, 지난 1월27일부터 인테리어 철거작업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불은 철거공사 인부들이 산소절단기로 철골 구조물을 자르는 과정에서 불티가 가연성 소재에 튀어 난 것으로 추정됐다.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불과 2,3분 만에 불길이 번졌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자와 건물 관리자들의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낸 참사”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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