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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 대첩’ 이스라엘, 2006년 한국ㆍ2013년 네덜란드 잇는 히트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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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 대첩’ 이스라엘, 2006년 한국ㆍ2013년 네덜란드 잇는 히트상품

입력
2017.03.0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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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과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이스라엘 선발투수 제이슨 마르키스.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과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이스라엘 선발투수 제이슨 마르키스. 연합뉴스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아시아 라운드를 포함해 6전 전승으로 4강에 오른 한국을 두고 외신은 “도대체 저들은 누구인가”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야구 변방으로 취급 받던 한국은 예선에서부터 일본을 꺾고 WBC 흥행의 기폭제 노릇을 톡톡히 해낸 데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야구 종주국 미국을 격파하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4강 신화를 일궜다. 2009년에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은 WBC가 배출한 최고의 팀으로 우뚝 섰다.

2013년에는 네덜란드가 4강에 오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17 제4회 대회에서도 한국을 5-0으로 침몰시킨 네덜란드는 당시만 해도 무명의 마이너리거들이 주를 이룬 팀이었다. 그들은 WBC를 계기로 급성장해 4년이 흘러 팀 내에서도 주축 메이저리거들로 돌아와 네덜란드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WBC 언더독(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 반란의 주인공은 2017년 이스라엘로 이어졌다. 뚜껑을 열기 전 A조에서 다크호스 정도로 여겨졌던 이스라엘은 첫 경기에서 한국을 이변의 희생양으로 내몰더니 대만과 2차전에서도 장단 20안타로 15점을 뽑아 한국전 승리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이번 대회 참가 16개국 중 세계 랭킹이 41위로 가장 낮은 이스라엘에 대해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팀으로 평가 받은 이스라엘이 한국을 꺾었다”고 비유했다.

또 그들의 승리에는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한 팀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한국전 1회말 수비 서건창 타석 때 유격수를 2루 베이스 위로, 2루수를 1ㆍ2루 사이에 배치하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구사해 시선을 모았다. 이병규 JTBC 야구 해설위원은 “서건창이 저 정도로 잡아당기는 타자는 아니지만 중요한 건 그만큼 이스라엘이 그들 나름대로의 철저한 분석과 연구를 해 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민족의 자긍심으로 똘똘 뭉쳤던 한국처럼 이스라엘의 끈끈한 유대감도 원동력으로 회자되고 있다. 대만전에서 대회 1호 홈런을 친 이스라엘의 포스 라이언 라반웨이(오클랜드)는 “우리는 인종 때문에 많은 공격을 받았었다. 이렇게 일어서서 유대인 깃발을 흔들며 경기할 수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자격이 있다”고 자부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내 야구 등록 선수가 800명에 불과하다. 대표팀 엔트리 28명 중 슬로모 리페츠만 유일하게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나머지 27명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 중 최소한 한 명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 유니폼을 입었다. 간판타자 아이크 데이비스(뉴욕 양키스)는 “몇 달 전에 이스라엘을 방문했는데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자라면서 들어온 이야기와 지명을 실제로 본 것은 삶을 바꾸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모두 유대인이고, 가족의 절반이 유대인이다. 조상과 아버지를 대표한다는 것을 굉장히 좋은 경험이다. 특히 가족이 유대인으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자부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대표팀의 마스코트 '멘치'(mensch)를 데리고 다니며 유대인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멘치는 유대인을 형상화한 대형 인형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대표팀에는 항상 웃음이 넘쳐난다"며 "유대인들의 전통 복장을 한 마스코트 멘치는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데 더없이 큰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우린 경쟁력이 있는 팀”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낸 제리 웨인스타인 감독의 말처럼 이스라엘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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