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상황실 통해 전화추적
지역 보건소와 역학조사 협력
지난해 200명 음성 판정 내려
신상조회ㆍ격리 부담에 비협조
의심환자-당국 간 숨바꼭질
지난달 1일 오전 11시 질병관리본부(질본) 콜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닷새 전 두바이 여행을 다녀온 30대 남성 A씨는 발열과 인후통, 콧물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상담사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의심된다”며 인적사항을 알려달라고 하자 A씨는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
이후 A씨와의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상담사는 긴급상황실로 연락해 A씨 상태를 설명했고, 이 내용은 ‘메르스팀’ 메신저 단체방에 전달됐다. 메르스팀 직원과 질본 역학조사관이 걸려온 전화번호로 계속 통화를 시도했지만 허탕이었다. 그대로 물러 설 수 없었다. 상담전화를 통해 확보한 정보는 대충의 나이, 방문국가, 입국날짜 등. 이를 통해 A씨 신원을 확보한 긴급상황실 직원은 관할지역 보건소에 연락해 역학조사를 요청했다. 보건소도 신속히 움직였다. 가까스로 A씨와 통화 가능한 전화번호를 확보했고, 30분간 전화로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접촉자 명단도 파악했다. 결과는 다행스러웠다. 낙타 접촉 등 위험요인이 없어 의심환자가 아니라는 내용의 역학조사서를 작성해 질본에 보고한 뒤에야 상황이 종료됐다. A씨의 신고부터 환자 여부 판단까지 2시간30분. 긴밀하게 움직였던 수십여명의 방역 당국 관계자들의 긴장이 풀어진 순간이었다.
2015년 총 감염자 186명, 사망자 38명, 그리고 격리됐다가 해제된 인원만 1만6,752명. 메르스는 그 해 대한민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 12월24일 공식적으로 메르스 ‘상황 종료’를 선언한 지 7일로 440일째. 하지만 메르스와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A씨처럼 메르스 증상을 상담하는 전화는 하루 평균 5통 가까이 걸려오고, 정부는 메르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질본 관계자는 “상황 종료가 곧 메르스의 발발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중동 국가를 드나드는 내외국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의심환자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어 방역 감시망을 상시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메르스는 최근 질본이 발표한 ‘올해 주의해야 할 5대 신종ㆍ재출현 감염병’에 선정됐다. 지난해 확진 환자는 없었지만 총 200명의 의심환자(내국인 163명ㆍ외국인 37명)가 신고돼 국가지정 격리병원에서 역학조사와 확진검사 등을 거쳐 최종 음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메르스와의 전쟁을 힘들게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여전히 비협조적인 태도다. 지난달 6일 오후 이스라엘을 다녀온 50대 남성 B씨는 메르스가 의심된다며 스스로 서울의 한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 메르스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다음날 오전까지 격리되어야 한다고 하자 B씨는 “병실에 있기 답답하다”며 밖을 나서려 해 병원 관계자들의 진땀을 빼기도 했다. 질본 관계자는 “증상이 걱정돼 먼저 연락을 취하다가도 격리되는 것이 싫어 잠적하거나, 갑자기 병실에서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다”며 “과거보다 감염력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주요 감염병인만큼 의료 체계를 준수해 예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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