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군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작업에 전격적으로 착수했다. 사드 발사대 2기 등 일부 장비가 6일 밤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다른 기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장비와 병력도 순차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의 보복조치가 노골화하는 시점에 이뤄진 사드 주한미군 배치작업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이에 맞선 사드 조기 배치, 중국의 반발 등으로 동북아 안보 상황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이 굉장히 고도화되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 사드 배치 일정을 최대한 조속히 할 방안을 강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12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2형’ 발사가 직접적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무기 실전배치가 눈앞에 다가오는 상황에서 한시라도 빨리 방어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데 한미 양국이 이견이 있을 리 없다. 롯데가 성주골프장 부지 교환을 승인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일 한국과 미국의 안보ㆍ국방 수장들이 전화 통화에서 “후속 절차를 앞당겨 가급적 빨리 배치하자는 데 공감했다”고 할 때부터 이런 기류가 감지됐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만을 고려해 사드 배치를 서둘렀다고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현재 미군 측에 공여 절차가 진행 중인 성주골프장 부지가 완성되려면 지질조사와 측량, 기지 설계, 환경영향 평가 등을 거쳐야 한다. 국방부도 밝혔듯이 설계와 환경평가가 가변적이어서 언제 끝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런 마당에 당장 배치하지도 않을 장비를, 그것도 일부만 반입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곧바로 차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고, 그 경우 앞장 서 가고 있는 야권 대선 주자들의 ‘사드 배치 신중론’에 힘이 실릴 것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탄핵 심판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을 전격적 장비 반입시기로 정했다는 추측도 같은 맥락이다.
사드 배치가 우리 안보 상황과 관련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속도전을 치르듯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우선 중국의 반한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보복조치가 한층 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막을 유효한 수단이 없는 마당에 중국과의 대화를 모색할 기회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미중 간 고위급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논의할 여지를 미리 차단할 필요가 있었는가라는 의문도 남는다. 사드를 미국의 대 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중국에 북한 핵ㆍ미사일 대응책임을 설득하는 것도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안보와 경제 요소가 복잡하게 얽힌 사드 배치 문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뒤집을 수 없도록 ‘대못’을 박겠다는 자세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차기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혀 안보와 경제를 비롯한 전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치를 서둘기보다 다음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잠시 늦추는 게 순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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