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입법 외치며 진척 없는 현실
국회의원직 아무런 의미 없어”
민주당에 8일 탈당계 제출
“써준 공약 읽는…” 文에 직격탄
특정 정당 가지 않고 제3지대서
정의화 등과 ‘반문 연대’ 전망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7일 탈당 의사를 공식화했다. 8일 탈당계를 제출한 뒤 특정 정당을 선택하지 않고 반(反)패권과 개헌, 경제민주화를 고리로 새로운 정치세력 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시 ‘문재인 대세론’에 대항하는 제3지대의 동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에서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전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모든 당이 개혁입법을 외치면서 진척이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국회의원 직 자체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비례대표인만큼 탈당 순간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김 전 대표는 이어 ‘당 대선주자에 힘을 실어주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 “민주정당의 경선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룰이 적용될 수 있느냐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런 형평성이 보장돼 있느냐”면서 “정권교체의 의미가 결국 나라의 변화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유력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했다.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의 탈당을 제3지대에서 자유롭게 빅텐트 구축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당적이 제3지대 세력들과 개헌 등을 고리로 정계개편에 나서는 데 입지를 축소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도 “어느 당으로 들어가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이에 따라 개헌, 경제민주화 및 반패권을 명분으로 정의화 전 의장 및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협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와 정 의장, 김 의원은 지난달 15일 회동에서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축소하고 2020년 총선 때 대선을 함께 치르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이 창당까진 아니어도 제3지대에서 일정 수준의 세력화에 성공할 경우, 개헌 등에 동의하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세해 ‘반문 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 비문세력과 자유한국당 내 비박세력의 동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표는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강연에서도 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강연 직후 “대선주자들 가운데 어떻게 나라를 끌고 갈지 얘기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남이 써준 공약을 줄줄 읽는 대선주자는 그런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문 전 대표를 직격했다. 김 전 대표는 또 국민의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조찬회동에 나서는 등 개헌세력들과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반면 지난해 4ㆍ13 총선에 앞서 김 전 대표를 삼고초려해 영입한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당 지도부는 진영, 이언주, 최명길 의원 등의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추가 탈당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8일 개헌을 주제로 한 의원총회에선 탈당 책임을 두고 비문ㆍ친문진영 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의 탈당 선언에 “대단히 안타깝다”며 “탈당 후 어떤 선택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정신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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