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 횡령 스캔들로 낙마 위기에 처했던 프랑수아 피용(63) 프랑스 공화당 대선후보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공화당 지도부가 재신임을 전격 결정함에 따라 피용 전 총리는 제1야당을 대표해 대선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공화당 지도부 20여명은 6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가진 후 만장일치로 피용 후보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했다. 공화당 소속 제라르 라르셰 상원의장은 “당 정치 위원회는 폭넓은 의견 교환 끝에 프랑수아 피용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라르셰 의장은 이어 “중도우파 진영이 피용 주변으로 다시 뭉칠 수 있도록 전념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공화당은 피용 전 총리가 하원의원 시절 아내ㆍ자녀를 허위로 채용한 뒤 90만유로(약 11억원)를 지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후 지지율이 급락하자 그의 거취를 논하기 위해 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공화당이 재신임을 결정한데는 시기적 어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1차 투표(4월 23일)가 약 7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새로운 후보로 판도를 뒤집기보다는 지지자 통합 전략을 취하겠다는 계산이다. 지도부 회의에 앞서 유력한 대체 후보였던 알랭 쥐페(72) 전 총리 겸 보르도 시장도 피용 전 총리를 대신해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쥐페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분열된 당을 재결합하기에 너무 늦었다”며 “나에겐 늦은 기회지만 프랑스는 절대 늦지 않았다”고 지지자들의 단합을 호소했다.
피용 후보는 이로써 자신의 바람대로 경선 완주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지도부가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후보 교체 가능성이 논의될 때도 “유권자들은 분열이란 독을 퍼뜨린 이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리에서 대규모 유세를 이어나갔다. 피용 후보는 쥐페 전 총리가 불출마 의사를 표명한 직후 “’플랜B’는 없다”며 “우리가 헛된 토론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 극우와 좌파 진영에 길만 닦아줬다”고 결집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의 승산은 여전히 높지 않은 편이다. 각종 여론조사는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할 인물로 중도좌파 성향의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를 꼽고 있다.
피용 후보와 공화당 지도부의 호소에 아랑곳 않는 당 분열도 피용의 당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쥐페 전 총리의 불출마 발표에 반발하며, 피용 측에 대체 후보를 지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피용 캠프 내 사르코지파 의원들이 대거 이탈함에 따라 공화당 진영에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AFP통신은 전망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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