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휘부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호형 기자.
[성남=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살아온 경험 중 쓸모 없는 건 하나도 없더라고요."
양휘부(74)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의 이력은 남다르다. 그는 1970년대 초반 대한일보를 거쳐 한국방송공사(KBS)에서 정치부 기자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 1980년 해직된 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주리대에서 공부했다. 국내에 돌아와 KBS에 복직해서는 1995년 보도제작국장을 지내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KBS '금요토론' 등 토론프로그램 사회자로도 활약한 양 회장은 정치인의 대선캠프에도 참여했으며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사장,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을 거쳐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이라는 명함을 갖게 됐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미국 방송사로부터 디테일과 열정을 배웠다"고 말했다.
"어떤 일이든 열정을 갖고 하면 안 되는 일이 없더라"고 말한 양 회장은 그 간의 경험을 살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못지 않은 인기 있는 투어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최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한국프로골프협회 집무실에서 양 회장을 만났다.
-올 해 대회 수(19개)와 총 상금 규모(138억5,000만 원)가 지난해(13개ㆍ95억 원)보다 대폭 증가했습니다. 어떤 노력을 하셨습니까.
"스폰서를 찾아 다니면서 남자골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여자골프에 대한 선호, 그리고 골프는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러다 기업보다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만나면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방행정을 전국에 알리는 데 관심이 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중 6개월 동안 열 다섯 분을 만났습니다.자동차 주행거리가 3만5,000km나 됐습니다. 그 분들에게 골프 대회를 지역축제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전했습니다. 찬성해주셔서 시작한 지역순회투어 대회가 지난해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입니다.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다 보니 올 해 상금 규모도 2011년 132억 원을 넘어섰고, 대회 수도 2008년 20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가 됐습니다."
-골프 대회 개최와 관련해 지역의 사정은 그리 좋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서울과 경제력 차이가 컸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지사와 후원 협상을 해도 결정권은 본사에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중소기업과 협상하자니 대회 총 상금 규모인 10억 원 안팎의 자금을 풀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낸 아이디어가 '홀별 판매'였습니다. 예를 들면 1번홀은 넵스홀, 2번홀은 다이아몬드홀, 3번홀은 발렌타인홀 등처럼 만들어줬습니다. 그럴 경우 후원 금액이 낮아져 중소기업도 부담이 적어집니다. 대신 광고 효과는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환영했습니다."
-남자골프의 매력과 그것을 살릴 방안은 무엇입니까.
"여자가 '맵시 골프'라면 남자는 '다이내믹 골프'입니다. 남자골프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5월부터 샷 궤적과 거리를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중계시 오디오 효과도 개선해보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허인회(30)가 드라이버샷을 할 때 발생하는 통쾌한 소리를 시청자들에게도 생생히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선수들에게 골프웨어 컬러나 퍼포먼스에 신경을 쓰자는 주문도 했습니다. 여자골프의 장하나(25)가 본보기라 생각합니다. 팬들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남자골프의 재미를 어떻게 영상화하느냐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 해부터는 인터넷 중계 도입을 위한 준비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 양휘부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호형 기자.
-왕정훈(22), 김시우(22), 안병훈(26) 등 해외 투어에서 활약하는 남자 선수들이 많습니다. 이런 선수들을 국내 투어 인기 상승에 활용할 방안은 없을까요.
"사실 며칠 전에도 그 선수들에게 국내 투어 대회에도 참여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추후 선수들을 직접 만나보려 합니다. 인기 있는 선수들이 국내 대회에 출전한다면 투어도 살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올 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나인브릿지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참가수당만 6,000만 원인 대회입니다. KPGA 코리안 투어 총상금 3억 원 대회에서 우승해 봐야 상금 6,000만 원을 가져갑니다. 더 CJ컵에 출전하려면 투어에서의 제네시스 대상포인트가 높아야 합니다. 국내 선수들에겐 상당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KLPGA 투어가 잘 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상금 규모가 높은 것입니다. 저희도 상금 규모를 계속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 되십니까.
"85타 정도 칩니다. 최고 성적은 72타입니다. 마흔 두 살 때 골프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당시 야구도 하고 테니스도 할 때라 사람들이 정지된 공을 왜 잘 못 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드라이버로 처음 스윙을 했는데 헛스윙을 했지 뭡니까. 그 후 승부욕이 발동해서 석 달 만에 90타수를 깼습니다.(웃음)"
-임기 동안 구체적인 목표와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투어의 큰 그림은 무엇입니까.
"스폰서들이 찾는 대회를 열고 싶습니다. 즉 투어가 자생력을 갖춘 대회를 여는 데 일조하는 게 바람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입장권과 중계권료 수입만으로 대회가 운영될 수 있으면 합니다. 골프에 대한 인식 변화, 골프 대중화 등이 선결 과제이지만, 빠르면 향후 5~6년 내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골프라는 스포츠를 정의해주신다면요.
"끝이 없는 스포츠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골프를 하려면 집중력과 인내심, 자신감이 모두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이 잘 어우러져야 파가 나오고 버디가 나옵니다."
성남=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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