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의회가 115억 원을 들여 시의원마다 개별 사무실을 제공키로 하는 등 별도의 청사 건축에 들어가자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 199위의 최하위권 지자체가 거액을 들여 청사를 새로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안동시는 최근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115억 원들 들여 시청 주차장 부지에 시의회 건물 신축에 들어갔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하 1층은 주차장, 지상 1층은 세무ㆍ교통 민원실 및 은행, 2~4층은 회의장과 사무실, 시의원 개인 사무실로 쓸 계획이다.
안동시와 의회는 1995년 도ㆍ농 통합 이후 독립청사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시청 건물이 비좁아 민원인의 불편이 크고, 경북의 10개 시 중에 독립된 시의회 건물이 없는 것은 안동뿐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안동시의 살림살이를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사업 추진이라는 비판 여론이 많다.
반부패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안동시의 재정자립도는 15.14%로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99위에 그쳤다. 경북에서 안동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는 상주시(208위) 한 곳뿐이며, 전국적으로도 4개 시밖에 없을 정도다. 게다가 올해 본예산 대비 재정자립도는 12.6%로 더 낮아졌고, 전국 순위도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자립도는 일반회계 예산 대비 자체수입의 비율로, 자체수입으로는 지방세와 세외수입, 내부거래 등이 포함된다. 국비사업을 많이 확보하면 재정자립도가 낮아지는 경향도 있지만, 지자체의 살림살이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안동시는 독립된 시의회 청사를 착공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8년 기본 및 실시설계까지 마쳤으나 2009년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체제개편논의로 보류됐고, 2012년에는 지방행정체제개편기본계획 통합건의 지역에서 제외됐으나 지역민들의 부정적 여론으로 일시 중단했다가 이번에 착공하게 됐다.
시의회 청사 건립으로 안동시가 그 동안 시의회가 사용중인 본관 3층 리모델링비 5억2,000만 원과 집행부 사무실 신축 및 보수비용 25억 원 등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김모(58ㆍ안기동)씨는 “사무공간이 부족하다며 거액을 들여 별관을 신축하고 의회 사무실도 리모델링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거액을 들여 시의회 청사를 새로 짓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안동시 살림살이가 좋으면 모르지만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권이면서 거액을 들여 새집을 짓는다는 것은 불황에 신음하는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소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독립된 의회 청사가 없어 사무공간이 분산되는 바람에 민원인들의 불편이 많았다”며 “의회건물이 새로 생기면 민원관련 부서 등을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어 업무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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